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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나 강씨 가문에 다녀와야겠어.” 임서우는 성급히 문밖을 나섰다. 어제 오후에 오직 그녀의 엄마 한은실만 집에 왔었으니 물에 약을 탄 건 한은실의 소행이 뻔하다. 임서우는 돌아가서 이 사실을 확인하려 했다. “은아야, 일단 택시 불러서 짐을 너희 집으로 보낼게.” “그래, 걱정 마. 안전에 주의하고.” 임서우는 서둘러 전화를 끊고 문밖을 나섰다. 그녀는 바로 택시를 타고 임씨 가문으로 향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임씨 가문의 집 문 앞에서 강하성과 마주쳤다. 강하성은 더 짜증 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가정부는 두 사람을 보더니 배시시 웃으며 아양을 떨었다. “두 분 정말 사이가 좋으시네요. 이렇게 또 함께 오시고요.” 임서우는 고개를 푹 숙였다. 보다시피 강하성은 또 그녀를 오해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남자는 그녀의 옆을 스치며 이를 악물고 물었다. “이혼하겠다는 자가 어머님께 전화해서 날 이리로 불러와?” “나 아니에요.” 임서우는 나지막이 반박했지만 마음이 찔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은실은 왜 갑자기 강하성을 불러온 걸까? 두 사람이 나란히 들어오는 모습에 한은실은 흠칫 놀랐다. 그녀는 곧장 표정을 가다듬고 열성적으로 강하성을 집안에 초대했다. “하성아, 어서 들어와. 먼 길 오느라 피곤했지?” 그녀는 문 앞에 서 있는 임서우를 아예 무시했다. “엄마!” 임서우가 따라가며 물었다. “하성 씨 왜 불렀어요?” “그 입 닥쳐!” 한은실은 딸아이를 힐긋 째려보더니 또다시 강하성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얘도 올 줄 알았으면 하성이 넌 안 불렀을 텐데.” 강하성은 소파에 앉아 야유 섞인 눈길로 임서우를 쳐다봤다. 임서우는 아무도 자신을 반기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한은실이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지켜볼 셈이었다. 그녀는 옆 소파에 앉았다. 한은실은 빙빙 돌려 말하다가 겨우 본론에 들어갔다. 그녀는 눈물범벅이 되어 강하성에게 사과했다. “하성아, 우리 집안에서 네게 참 못되게 굴었어. 그해 서우가 약을 타지만 않았어도...” 지난 얘기를 또 꺼내고 게다가 어젯밤 일까지 떠올리니 강하성은 순간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엄마!” 임서우는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말했잖아요. 내가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딴사람들은 몰라도 엄마는 날 믿었어야죠?!” “넌 입 닥쳐!” 한은실은 무능한 딸아이가 너무나도 한스러웠다. “내 딸이 무슨 꼴인지 내가 모를까 봐?” 임서우는 순간 서러움이 북받쳐 눈시울이 빨개졌다. 한은실은 전혀 멈출 기미가 안 보였다. “어릴 때부터 입만 열면 거짓말이고 게을러터진 데다 툭하면 예지 물건에 눈독 들이고 훔치거나 뺏어갔잖아.” 임서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엄마가 사촌 언니 임예지를 예뻐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본인이 엄마 눈에 이토록 못마땅하게 보일 줄은 몰랐다. 정말 친엄마가 맞긴 한 걸까? “하성아, 서우가 예지 생일파티에서 그런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른 건 우리 모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강하성이 살짝 곁눈질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해 서우 데리고 우리 집까지 찾아와서 결혼을 다그친 건 어머님이었잖아요?” “...” 한은실은 흠칫 놀라더니 또다시 울먹이며 해명했다. “어쨌거나 서우는 내 딸이잖니. 그해 나도 이 아이가 안쓰러워서 그만 어리석게 큰 실수를 범했어.” “큰 실수요?” 강하성이 눈썹을 치키며 포인트를 집어냈다. “그럼 이젠 어떻게 하시려고요?” 그의 눈빛은 칼날보다 예리하고 섬뜩했다. 한은실은 몹시 당황해하다가 겨우 말을 이었다. “하성아, 예지가 귀국한다고 들었어. 너 이만 서우랑 이혼해.” 강하성이 벌떡 일어났다. 화들짝 놀란 한은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강하성은 옆에 있는 임서우를 쳐다봤다. 임서우는 한쪽 옆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엄마에 대한 그녀의 인식을 완전히 뒤엎어버렸다. 잘못을 인정하라고? 이는 한은실에게 절대 존재할 수 없는 일이다. 강하성에게 선뜻 제 딸아이와 이혼해달라고 말을 꺼내다니? 이게 대체 무슨 경우인가? 1년 전 임예지의 생일파티에서 임서우는 영문도 모른 채 임예지의 약혼자 강하성과 관계가 발생했다. 그 당시 업계의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함께하여 사건이 매우 시끌벅적해졌다. 수모를 견디지 못한 임예지는 강하성과 파혼을 단행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출국했다. 임서우는 사람들을 볼 면목이 없어 집안에만 숨어서 지냈다. 한편 한은실은 매일 그녀의 방 문 앞에서 욕설을 퍼부으며 왜 공짜로 잠만 잤냐고, 어리석고 멍청한 아이라고 맹비난을 해댔다. 결국 그녀는 강제로 임서우를 이끌고 강씨 가문으로 찾아가 강하성에게 결혼을 강요했다. 강씨 가문은 손꼽히는 대가족이고 이 일은 또 업계 내에서 소문이 자자하여 끝내 마지못해 결혼을 강행했다. 하지만 1년 동안 강씨 가문에서 그녀를 어떻게 대했고, 강하성은 또 어떤 태도였던가? 임서우는 엄마에게 이혼하고 싶다고 수없이 말했었지만 그때마다 엄마는 버럭 화냈고 그녀도 어쩔 수 없이 마음을 접었다. 그랬던 엄마가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뀐 걸까? 강하성은 시선을 거두고 거만한 표정으로 한은실을 내려다봤다. “이혼하면 재산은 얼마나 나눠주면 될까요?” 한은실은 하마터면 소리 내어 웃을 뻔했다. ‘이런 횡재라니?’ 하긴, 강씨 가문은 재벌가인지라 그녀가 한몫 챙겨가는 것도 과분하진 않다. 한은실은 잠시 고민하다가 본인 나름대로 강하성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금액을 언급했다. “200억.” “엄마, 미쳤어요?” 정신 차린 임서우는 모든 게 끝났다는 걸 알아챘다. 강하성의 안색이 거의 얼음장처럼 굳어졌다. 그는 임서우 앞으로 다가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미친 건 너인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강하성은 이 모든 게 그들 모녀가 돈을 얻기 위한 수작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잘 들어, 임서우. 이혼은 해줄 수 있지만 돈은 한 푼도 없어.” 말을 마친 강하성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임서우는 진짜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한은실에게 딸인 그녀는 대체 무슨 존재일까? 이혼해도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쥐어짜 내야만 하는 도구일까? “엄마! 하성 씨한테 돈 얘기는 왜 꺼내요? 대체 왜요?” 게다가 200억이라니? 강하성에 임서우는 200억이 아니라 일 전 한 푼도 가당치 않을 것이다. “내가 돈 달라고 한 게 뭐 잘못됐어?” 강하성이 떠난 후 한은실은 또다시 기고만장해졌다. “넌 자그마치 걔랑 결혼한 지 1년 됐어. 1년 동안 시중도 들고 함께 잠도 잤는데 돈 좀 요구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니야?” 그녀는 임서우의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건 아예 안중에도 없었다. “넌 역시 아무런 쓸모가 없어. 하성이 걔가 돈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200억도 못 줘?” 임서우는 이젠 눈물이 메말랐다. “엄마 말이 맞아요. 난 아무 쓸모가 없어요. 결혼한 1년 동안 하성 씨는 단 한 번도 날 터치하지 않았어요.” “뭐?” 한은실은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엔 놀라워하더니 이어서 깨고소한 듯 웃어 보였다. 아무튼 딸아이를 안쓰러워하는 기색은 요만치도 없었다. “그중에서도 엄마가 내 엄마라는 게 제일 쓸모없는 일인 것 같군요.” 임서우는 가방을 챙기고 강하성을 쫓아갔다. 그녀는 강하성에게 분명히 말해두고 싶었다. 돈 같은 건 바란 적 없다고, 오직 그를 임예지에게 돌려줄 생각뿐이었다고 말이다. 뒤에서 한은실의 욕설이 계속 이어졌다. “이 천한 년이, 다 컸네 아주!” “날 엄마로 인정하기 싫은 거야? 나도 네 딴 폐인 같은 딸은 싫어!” “배짱 있으면 평생 돌아오지 마.” 임서우는 한달음에 대문 앞까지 쫓아갔지만 강하성의 차가 이제 막 시동을 걸고 있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어.’ 그녀는 물불 안 가리고 차 앞으로 달려가 덥석 가로막으려 했다. 강하성이 엑셀을 밟은 순간 검은 그림자가 훅 하고 스쳐 지나갔다. 곧이어 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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