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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그해 일은 어쩔 수가 없었어.” 서재에서 한은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임서우는 밖에 서서 노크하려다가 허공에 손이 붕 떴다. “걔가 이토록 고집스러울 줄은 몰랐어요. 그때 당신이 걔네 엄마만 아니었어도, 게다가 걔가 또...” 이건 임예지의 목소리인데 뒤에 말은 잘 안 들렸다. “내가 그래서 하성이 시름 놓고 내준 거예요.” 임예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두 사람이 하루빨리 이혼하고 모든 걸 정상 궤도에 돌려놓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걱정 마. 아무 문제 없을 거야.” 한은실이 매우 확고하게 말했다. 서재 안은 잠잠해졌지만 임서우의 머릿속은 천둥이 치듯 쩌렁쩌렁 울렸다. ‘그러니까 내 추측이 다 맞다고?’ 한은실은 정말 임예지와 손을 잡고 임서우를 강하성의 침대에 기어오르게 수작을 부렸단 말인가? 대체 왜? 순간 눈앞의 문이 벌컥 열리고 사색이 된 임서우가 떡하니 나타났다. 이를 본 한은실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고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 계집애가! 너 거기 서서 뭐해?” 임서우가 어디까지 들었을지 모르니 한은실은 가슴 찔린 듯 뒤에 있는 임예지를 힐긋거렸다. “서우 왔네?” 임예지는 재빨리 머리를 굴리며 앞으로 다가가 임서우의 손을 잡았다. “언제 왔어?” 임서우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서 경계에 찬 눈길로 두 사람을 쳐다봤다. “이 계집애가 왜 이러는 거야? 언니가 묻잖아. 왜 그런 눈으로 쳐다봐?” 한은실이 또다시 욕설을 퍼부었다. “왜?” 임서우는 애써 눈물을 머금으며 한 글자씩 또박또박 물었다. “대체 왜 그랬어요?” “왜라니? 얘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한은실은 일이 들통나버린 걸 알아챘다. “계집애가 왜 또 미쳐 발광하는 건데?” 그녀는 돌아서서 임예지에게 곁눈질했다. “예지는 엄마 보러 병원 간다고 했지? 얼른 가봐.” “네, 숙모. 그럼 나중에 또 뵈러 올게요.” 임예지가 돌아서서 나가려 했다. 이때 임서우가 그녀의 팔을 덥석 잡았다. “왜 그랬어 임예지? 그해 왜 날 해쳤냐고?” “너 왜 그래 서우야?” 임예지는 힘껏 손을 빼내려 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어.” “임서우 너 미쳤어?” 한은실도 앞으로 다가가 임서우를 잡아당겼다. “이놈의 계집애가, 이 손 안 놔? 며칠 만에 기어들어 오더니 오자마자 왜 또 난리야? 우리 가문에는 너 같은 딸 없어!” 다만 임서우는 끝까지 임예지의 손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대체 왜 그랬어요? 생일 파티에서 왜 나랑 하성 씨한테 약을 탔냐고요? 다들 무슨 수작인 건데요?” “서우야, 너 지금 뭐라는 거야?” 임예지가 한은실에게 구원의 눈길을 보냈다. “숙모, 서우가 무슨 자극을 받은 것 같아요! 얼른 방법 좀 생각해봐요.” 이 말을 들은 한은실은 미친 듯이 달려들어 임서우를 때렸다. “계속 헛소리할래! 그 입 닥치라니까!” 그녀는 드디어 두 사람을 떼어냈다. “예지야, 얼른 가. 서우가 제정신이 아니야. 따끔하게 혼내야겠어.” 임예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마지막으로 임서우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서우야, 방금 한 말은 못 들은 거로 할게. 그해 일은 네가 나한테 잘못한 거야. 감히 나한테 뒤집어씌우려거든 하성이가 너 절대 가만 안 둬.” “그러게 말이야. 네가 뭐라고 입을 나불거려? 감히 그해 일을 의심해? 증거 있어?” 한은실이 허리에 손을 얹고 덩달아 기고만장해졌다. “하성이가 널 믿겠니 예지를 믿겠니?” 한은실에게 제압당한 임서우는 하는 수 없이 임예지가 떠나가는 모습만 지켜봐야 했다. 그녀는 마음이 재가 되어 시선을 거두고 눈앞의 한은실을 쳐다봤다. 지금 이 순간이 돼서야 김은아가 했던 말을 되뇌는 그녀였다. 한은실은 대체 누구의 엄마일까? “엄마.” 임서우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랑 함께 하성 씨 찾아가서 똑바로 얘기하면 하성 씨도 이혼하지 않을 거예요. 엄마한테 돈 더 많이 드리라고 할게요.” “꿈 깨!” 한은실이 쓴웃음을 지었다. “난 절대 너랑 같이 하성이한테 안 가. 설사 간다고 해도 하루빨리 이혼해달라고 설득하러 가겠지.” 임예지는 이미 떠났고 그녀도 짜증 섞인 얼굴로 임서우를 뿌리쳤다. “경고하는데 얼른 마음 접고 하성이랑 이혼해.” 임서우는 자신이 어떻게 그 집안에서 나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녀는 택시를 잡고 주소를 불렀다. “센트럴 병원으로 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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