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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이연아는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었다. 임서우는 대체 무슨 구설수가 이렇게 많은 걸까? 이게 벌써 몇 번째 피해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백지민 씨...” 이제 막 뭐라도 수습해보려고 할 때 옆에서 줄곧 침묵하던 임서우가 말을 꺼냈다. “백지민!” 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해 그 일은 나중에 임서우가 강하성에게 시집가는 거로 마무리 지었다. 다들 그녀가 이득을 보았다고 생각하며 믿어주지 않았다. 그거에 대해서도 더 따지지 않았는데 지난번 환영회에서 대체 뭣 때문에 또 그녀가 수작을 부린 거라고 오해하는 걸까? “환영회 일은 나랑 아무 상관없어.” “하하하...” 백지민이 웃기 시작했다. “상관이 없어? 그걸 누가 믿어!” “처음이 있으면 두 번, 세 번이 있기 마련이야. 제 버릇 개 못 줘, 서우야.” 임서우는 앞으로 다가가 그녀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 찰싹! “감히 날 때려?” 백지민은 못 믿겠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뜨고 그녀를 째려봤다. “이 천한 년이 감히 날 때려?” 그녀는 가방을 내던지고 바로 돌진했다. “쌍년이, 너 오늘 나한테 뒈졌어!” 임서우도 절대 호락호락한 자가 아니다. 그녀는 원래 백지민 같은 오만한 공주님 스타일을 싫어했고 강하성과 결혼한 1년 동안 공짜 가정부로 지낸 것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백지민의 머리채를 잡고 몸 아래에 깔아버렸다. “으아악... 사람 살려!!!” 백지민이 대성통곡했다. 임서우는 그녀의 머리채를 확 잡아당기며 말했다. “닥쳐!” 백지민은 너무 아파서 눈물이 줄줄 흘렀지만 그 순간 감히 찍소리도 못 냈다. “잘 들어. 환영회 날은 너희 쪽 인간들이 수작 부린 거야. 못 믿겠으면 임예지한테 물어보던가.” “그럴 리 없어!” 백지민이 또다시 소리쳤다. “강하성이 어떤 사람인데 누가 감히 수작을 부려? 다들 집에서 다리를 부러뜨릴지도 모른다고.” 임서우는 흠칫 당황했다. “서우야?” 누가 알려줬는지 임예지가 부랴부랴 달려왔다. “얼른 그 손 놔. 뭔가 오해가 있었던 모양인데 일단 놓고 얘기해.” 그녀는 임서우의 손을 떼어놓고 자리에서 일으켰다. 드디어 풀려난 백지민이 또다시 거만을 떨었다. “임서우 너 딱 기다려. 오늘 일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아.” 그녀는 황급히 옷을 정리하고 자리를 떠났다. “서우야... 지민이가 올 줄은 몰랐어 나도.” 임예지가 서둘러 변명했다. 임서우는 그녀를 보더니 방금 백지민이 했던 말이 또다시 뇌리를 스쳤다. 백지민 일행은 사이가 좋아서 진짜 그들 중 한 명이 강하성에게 수작을 부렸다면 그녀가 모를 리 없다. 임서우는 임예지의 말을 덥석 잘랐다. “환영회 날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임예지는 순간 시선을 피했다. “그건 나중에 다시 설명할게.” 이어서 그녀는 이연아에게도 사과했다. “오늘 일은 정말 죄송해요 매니저님. 제가 서우 대신 이렇게 사과드릴게요!” “난 잘못 없어! 내가 왜 사과해?” 임서우의 두 눈이 이글거렸다. “백지민이 다짜고짜 소란을 피운 거야. 임 팀장님 사과하려면 친구를 대신해서 해야지, 안 그래?” 임예지는 흠칫 놀랐지만 곧바로 머리를 굴렸다. “그래, 알았어. 이건 다 사적인 일이니까 회사와 업무에 영향 주면 안 되지.” 이연아는 미간이 더 구겨졌다. 임예지의 말은 틀린 것 하나 없다. 지금 사적인 일로 회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까. 특히 임서우의 성품에 문제가 있으면 회사 이미지에도 타격을 주기 마련이다. “팀장님께서 대신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이연아가 임서우를 쳐다봤다. “임서우 씨, 오늘 일은 서우 씨 때문에 빚은 일이니까 일단 돌아가서 며칠 반성하고 있어요.” “제가 왜요?” 임서우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제가 임서우 씨 상사니까요. 서우 씨 그딴 일들이 소문이라도 퍼지면 회사 이미지에 타격이 얼마나 큰지 알아요?” 이연아는 생각을 굳혔다. “지금 돌아가서 반성하고 연락 기다리든지 인사팀에 가서 사직 절차 밟든지 알아서 해요.” “...” 임서우는 울화가 치밀었다. 이에 임예지가 재빨리 다가가 그녀를 잡아당겼다. “일단 집에 가 있어. 언니 말 들어. 회사는 언니가 있잖아.” 임서우는 침묵하며 임예지를 쳐다봤다. “서우 착하지. 너 진짜 매니저님이랑 사이가 틀어지면 이번 일도 수습하기 힘들어져.” 임예지는 그녀를 이끌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백지민 진짜 너무 해. 충동적이고 매사에 생각이 없어...”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임서우를 쳐다봤다. “왜 말이 없어? 나한테 화난 거야?” “아니.” 임서우는 엘리베이터 모니터의 숫자가 점점 작아지는 걸 지켜보았다. 배후에 숨었던 커다란 손이 슬슬 수면 위로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언니, 그럼 그날은 대체 누가 하성 씨한테 약 탄 거야? 백지민이 왜 나라고 잡아떼는 건데?” 그녀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임예지를 빤히 쳐다봤다. “걔 말은 마음에 새겨두지 마. 미친개라 아무나 물어뜯고 난리야,” “그럼 대체 누군데?” “서우야, 그 일은 어쨌거나 떳떳한 일이 아니잖아. 게다가 상대도 날 위해 그런 거니까 누군지는 말해줄 수 없어.” “그래? 아예 그런 사람이 없는 건 아니고?” “그 말 무슨 뜻이야?” 임서우는 시선을 피했다. “그해 하성 씨가 누군가에 의해 약을 탄 술을 마셨고 가장 큰 수혜자가 나라서 다들 나를 의심했어. 그렇다면...” 그녀는 또다시 임예지를 쳐다봤다. “환영회 날 유일한 수혜자는 바로 언니잖아.” “네가 어떻게 날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어?” 임예지는 속상한 듯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았다. “아니, 난 그저 그 사람들 추리대로 말했을 뿐이야.” 임서우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다른 뜻은 없으니까 오해하지 마 언니. 하지만 환영회 날은 진짜 나 아니야. 이것만 믿어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임서우가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기회가 되면 하성 씨한테도 똑바로 얘기해줬으면 좋겠어.” “그럼 안녕.” 임서우는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 임예지는 치가 떨려 이를 악물었다. 1년 전에 임서우를 뒷받침해주는 사람이 없었고 한은실이 옆에서 도와줬으며 게다가 또... 그래서 그녀도 임서우를 선택했는데 이 천한 년이 한사코 고집을 피우며 그해 일을 뒤엎으려고 한다. ‘그건 어림도 없지!’ 임서우는 이번에 잘릴 거란 예감이 단단히 들었다. 그 어떤 회사도 골칫덩어리 직원을 환영하지 않으니까. 그녀는 아직 김은아의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길에서 빈둥거리다가 결국 HU 그룹에 와버렸다. 임서우는 의자를 찾아 앉아서 강하성에게 카톡을 보냈다. 강하성은 지난번에 아무 때나 그녀를 찾아오겠다고 말한 이후로 종무소식이었다. [하성 씨 10분만 시간 내주면 안 돼요? 우리 함께 이혼하러 가요.] 그녀는 읽씹을 당했다. [내가 빈몸으로 나앉겠다고 동의했잖아요. 하성 씨한테는 아무런 손실도 없어요.] 또 읽씹을 당했다. [대외적으로는 하성 씨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고 하고 저택 식구들에겐 제가 먼저 말을 꺼냈다고 해요. 대체 갈 거예요 말 거예요? 속 시원히 대답 좀 해봐요!] 또 읽씹이었다. 임서우는 치가 떨려 이를 박박 갈며 휴대폰을 마구 두드렸다. 휴대폰 화면에 구멍이라도 뚫을 기세였다. [이봐요 강하성 씨, 문자에 답장하는 건 기본 아닌가요?] HU 그룹 맨위층에서 강하성은 한창 커다란 통유리창 앞에 선 채로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고 저 멀리 아래에 있는 임서우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참 이상하기도 하지. 이 정도 거리면 남녀구분도 안 될 텐데 그는 한눈에 이 여자를 알아봤다. 임서우는 곧이어 답장을 받았다. [출근 안 하고 거기 앉아서 뭐 하는 거야?] [올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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