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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마치 무언가를 억지로 억누르려는 듯 박민혁은 김수지의 말을 끊고 아주 빠른 속도로 "네 뜻대로 해!"라고 얘기했다. 그는 문을 쾅 닫고 나가 조수인 진영에게 말했다. "변호사 오라고 해, 사모님의 조건을 잘 좀 들어보라고 해!" 그는 그녀가 이혼을 통해 얼마나 더 많은 이득을 얻으려고 하는지 한번 보고 싶었다! 진영은 감히 더 물어보지도 못하고, 늦은 저녁 바로 변호사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박민혁은 혼자 차를 몰고 나갔다. 그는 그녀가 집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한번도 그녀를 집에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렇게 다툰 적도 없었다. 그가 쾅하고 문을 닫는 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맴돌았고, 김수지는 너무 충격을 받아 잠시 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어느 순간, 그녀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쫓아가 박민혁에게 이혼하고 싶지 않다고, 그 사람 곁에 남아있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그가 그 연회를 숨기는 것부터 시작하여 갑자기 돌변한 태도를 보았을 때,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존엄까지 잃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직 그녀가 분명히 해야 할 일이 있다. 유부남을 이렇게 빨리 변화시킬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여자가 생긴 것 말고는 다른 이유는 없을것이다. 이것이 김수지가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답이였다. 자동차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자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휴대폰에서 커플 위치 추적 앱을 켰다. 이건 방금 결혼했을 때, 그녀가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들이 연애하는 방법을 따라배워 휴대폰에 설치한 앱이였다. 3년 동안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은 몰랐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두 손을 꼭 움켜쥐고는 초조하게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가 오늘 그토록 다른 모습을 보이고 뭘하러 가는 것인지 알고 싶어졌다. 위치는 계속 움직여 결국 꽃집에 머물렀다. 가게 이름은 "날 잊지 마요"였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장미 전문 꽃집. 그녀는 박민혁이 이렇게 중도에 배신하는 사람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 박씨 가문은 가업도 크고 일도 많으니, 아무리 능력 있는 박민혁이라고 해도 짜증나는 일에 부딪혔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냥 그녀가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가 이혼하자고 했던 것은 아마 한순간의 충동이였을지도 모른다. 마음 속에 있던 큰 돌을 내려놓은 듯, 김수지는 자신이 박민혁에 대한 불신을 비웃었다. 그녀는 배를 만지며 뱃속의 아기를 느끼며 상냥하게 웃었다. 마침 진영이 변호사와 함께 들어왔고 그녀는 바로 "세한그룹에 요즘 회장니미 화가 날 만큼 큰 일이 생긴건가요?"라고 물었다. "아니요." 진영은 어리둥절해하며 돌아서서 변호사를 안으로 안내했다. "사모님, 어떤 요구사항이든 편하게 얘기하면 됩니다. 회장님께서 무조건 만족시켜드린다고 했습니다." 세한그룹에 아무 일도 없다고? 오늘 하루동안 정말 수많은 일들이 다양하게도 일어났다. 김수지는 주먹을 쥐고 또 쥐어서야 현실감을 되찾았고 "저 좀 머리가 아프네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진영에게 손을 흔들며 변호사를 데리고 나가라고 했다. "모든 건 민혁 씨가 돌아오면 그때 얘기하죠." 만약 그가 여전히 이혼하고 싶다고 하면 그녀는 그의 뜻을 따를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그가 사과하려고 꽃을 사러 간거면? 만약 둘 사이에서 그가 고개를 숙이려고 한다면, 그녀는 더 노력하여 그의 체면을 챙겨줄 것이다. 게다가 정말 이혼한다고 해도, 그녀는 그에게서 아무것도 받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사지가 멀쩡한데, 박씨 가문을 떠난다고 해도 그녀는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내것이 아닌 것을 그녀는 탐하고 싶지 않다. 방금 그녀가 미처 말하지 못한 요구사항은 바로 그 어떤 물건이나 돈을 원하지 않으니, 당분간만 두 사람이 이혼한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아달라는 것이였다. 그러나 그녀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모든 것을 방치한 채 밖으로 나갔다. 그럼 그녀는 그의 꽃과 사과를 함께 받을 수 있을지 조금만 더 기다려 볼 것이다. 진영은 그의 아버지인 진 집사와 생각이 달랐다. 그는 김수지에 대해 항상 좋게 생각해왔다. 박민혁은 단 한번도 김수지 때문에 일을 소홀히 한 적이 없었기에 진영은 항상 김수지에게 공경하게 대했다. 그런 그녀가 지금 그에게 부탁을 하니 당연히 안 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문밖에서 그녀의 요구를 듣고 있던 진 집사는 그녀에 대한 경멸감이 더 심해졌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이 여자는 절대 쉽게 이혼하지 않을거야, 분명 무슨 수를 써서 시간을 끌려고 할거야! 그래서 잠시 생각하다가 진영이 방문을 나서는 틈을 타 미리 준비해뒀던 사진들을 김수지의 방에 뿌려두고는 진영과 함께 나갔다. 김수지 이 짝퉁이 김수연의 사진을 보고도 물러나지 않을 리는 없을거야! 그는 진영의 아버지이자 더욱이는 박씨 가문에서 3대 째 충실하게 일하고 있는 사람이다. 진영을 도와 문 닫으러 오는 것도 별 문제는 없었기에, 김수지도 별 생각없이 그들이 나간후 옷을 챙겨 욕실로 샤워하러 들어갔다. 그녀는 최상의 상태로 꽃을 들고 돌아오는 박민혁을 맞이하고 싶었다. 그 시각 명원 별장. 김수연은 흰색 원피스를 입고 테이블을 세팅하고 있었다. 식탁보는 박민혁이 좋아하는 짙은 그레이였고, 접시도 그가 좋아하는 순백색이였으며, 유백색 도자기에 꽃혀있는 백목련은 박민혁과 둘이 어릴 적 같이 심었던 꽃이다. 꽃은 성스럽고 우아하여 마치 김수연처럼 고급스런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보기에는 그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않는 순백의 순수함을 지니고 있는 듯 했다. 박민혁이 문을 열고 들어올 때에도, 그녀는 전혀 기척을 느끼지 못했고, 환경을 꾸미는 데에만 빠져있었다. 꽃향기를 맡고서야 그녀는 고개를 돌려 "민혁 오빠!"라고 불렀다. 그녀는 놀란 듯 소리쳤고 눈에서는 눈물이 날 듯 했고 너무 의외라는 듯한 눈빛을 보였다. 그는 박민혁을 꽉 안고 "난 오빠가 안 올 줄 알았어......"라고 말했다. 분명 너무나도 익숙한 사람인데, 박민혁은 그녀가 안겨오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몸이 굳어졌다. 아마 이렇게 가까이 지내본 적이 없어서 익숙하지 않은 거겠지. 비록 어릴 때부터 소꿉친구였지만 두 사람은 손도 잡아본 적이 없다. 박민혁은 티 나지 않게 그녀를 밀어내고 입술에 아름다운 미소를 띠며 손에 있는 꽃을 건넸다. "자, 네 선물." 그렇게 말하며 그는 자연스럽게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으로 향했다. "내가 알아봤는데, 위암 환자는 아무리 완치가 됐다고 해도 계속 음식에 주의해야 된대."그는 한편으로 채소를 준비하며 한편으로 기름 가마를 준비했다. "앞으로 네 하루 세 끼는 내가 직접 책임질게." 김수연은 놀라서 멈칫했다. "민혁 오빠, 날 위해 일부러 요리까지 배운거에요?" 박민혁은 순간 숨이 막히는 듯하며 자기도 모르게 김수지와 처음 만났을 때 빼빼 말라있었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마음과는 다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라고 답했다. 이제 포기하기로 했으니 더이상 미련을 가지지 말자, 그래야 세 사람에게 모두 좋은 일이야. 그는 단지 김수지란 존재에 익숙해졌을 뿐, 이젠 김수연이 그의 곁으로 돌아왔으니 그는 돈만 밝히는 그 짝퉁을 더이상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다. 김수연은 주방에서 나는 연기 냄새가 지독하여 밖으로 나오고 싶었으나, 박민혁이 이토록 가정적이고 매력적인 모습을 하고 있으니 자기도 모르게 들어가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쨍그랑! 박민혁의 손에 들려있던 간장 병이 떨어졌다. "너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그는 그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김수연의 손을 풀어냈고 그녀를 주방 밖으로 밀어내며 "밖에서 기다려."라고 말했다. 저 유리 파편들은 자칫하면 손에 상처를 낼 수 있고, 그녀가 찔리기라도 하면 또 며칠이고 회복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젠장! 박민혁은 몸을 숙이는 순간 눈썹을 지푸렸다. 왜 김수연 앞에서 또 김수지 그 여자 생각을 한거지! 심지어 계속해서 이 두 사람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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