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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장

비오는 날,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박민혁 앞에 섰다가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다시 나타났다. 김수지는 몸 속의 피가 굳어진 것 같았다. 마음이 답답하고 머리도 답답했다. 어떤 일은 상상과 직접 두 눈으로 본 것과는 달랐다. 박민혁이 김수연과 결혼하기를 바란다고 말햇을 때는 박민혁이 반박하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화를 내며 발을 차며 심지어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잡아 말 조심하라고 경고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 날, 박민혁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마음속 깊이 김수연을 사랑하고 있었다. 심장은 더 이상 아픔을 느낄 수 없었다. 그녀는 이미 무감각해졌다. 지금의 김수지는 그저 김수연을 찾고 싶었다. 그리고... 죽여버릴 것이다. 무슨 기대, 무슨 인고 후의 복수, 김수지는 1초도 기다릴 수 없었다. 김수연 그 년, 이번에 제대로 건드린 것이다! 오늘 반드시 김수연한테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김수지는 속도를 내어 앞으로 걸어갔다. 시선은 날카로웠고 두 눈은 텅 비어 있었다. 그리고 진영을 보지도 않은 채 골목을 돌아 과일가게에 가서 칼을 하나 샀다. 진영은 김수지가 못 본 줄 알았다. 원래 인사라도 할 까 했다가 김수지가 마치 전염병을 피하는 것처럼 빨리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당황하여 말없이 그만뒀다. 그리고 먼저 차를 지하 주차장에 가져가 주차했다. 한편, 김수지는 엘리베이터 앞에 왔다. 엘리베이터 화면에는 22층에 멈춰있었다. 하... 박민혁은 진짜 김수연을 찾으러 온 것이다. 김수지도 22층을 눌렀다. 어두운 23층을 바라보며 다양한 감정이 들었다. 만약 오늘 밤에 아기들을 위한 정의를 되찾지 못한다면, 안소희가 집에 돌아왔을 때 그녀의 비참한 실패 결말을 보고 마음 아파하지 않을까? 다행히도 변우빈이 있었다. 그 자식은 소희를 위로할 수 있을 것이다. 띵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김수지는 가방 속의 과일칼을 만지면서 평온한 표정으로 자기집 바로 아래층 위치로 걸어갔다. 여긴 지현이 알려준 김수연의 주소였다. 똑똑.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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