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장
박민혁이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는데 약간 불쾌한 눈빛이다. "옷을 갈아입었네?"
"네, 저녁도 먹었어요." 그녀는 자신과 아기를 절대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그녀 또한 혈혈단신으로 가족을 찾고자 김씨 집안에 찾아왔었던 3년 전 때처럼 깡이 있지만, 그때의 김수지가 몰랐던 패배를 인정하는 법을 배웠다.
왜냐면 그녀에게는 지키고 싶은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김수지 앞에서 박민혁이 약간 당황하고 있었다.
그는 김수지가 어딘가 예전과 달라진 것 같다고 느꼈지만, 딱히 집으라면 또 집어낼 수 없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그를 극도로 불안하게 만들었다.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는 그의 모습을 보며 김수지가 먼저 말을 뗐다. “이혼 합의는요?”
이 혼인에서 초반에 가졌던 설렘과 아름다움을 더 이상 찾을 수 없기에, 그녀는 더 찾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니면 그녀와 박민혁 모두 길을 잃은 수레바퀴처럼 점점 더 형색도 알아볼 수 없게 될 테니까.
심지어 벌써 그런 조짐이 있다.
그녀는 오늘의 각박함을 생각하며 더더욱 마음을 굳혔다. "당신이 서명하고, 우리 각자 하나씩 챙긴 뒤에, 그 여자한테 가도 돼요."
그녀는 뱃속의 아기만 있으면 되니까.
아기는 그에 대한 그녀의 마지막 미련이기도 했다. 이 작은 생명은 그녀한테 있어서 너무나도 중요한 존재였다.
"이리 오라고 했다, 못 들었어?" 움직일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던 박민혁이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오늘 오전에 저지른 잘못된 행위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았으면서, 나한테 뭐, 이혼 합의서를 달라고? 지현이랑 살림이라도 차리게?"
흠칫 놀라는 김수지, 그녀를 집까지 걸어오게 했던 것이 그녀와 지현 사이를 오해해서, 박민혁이 그녀한테 준 벌이 아니라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역시나 그 여자를 위해서였네......
김수지가 약속을 어기고 그녀를 오전 내내 기다리게 했기 때문에, 발이라도 닳아보라고 김수지를 내버려두려고 했던 것이네!
이 모든 것이 정말로 아이러니했다. 비꼬듯 웃고 있는 김수지는 보라색으로 변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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