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장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는 배려의 말 한마디조차 없었으며 계속 그녀를 오해하고 있었고 갈수록 말이 점점 더 심해졌다. 그녀는 그가 생각하는 자신이....... 그렇게 비천한 존재임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김수지의 표정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 그녀는 아예 박민혁이 원하는 대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어떤 신분이든 상관없어, 사람이 당신보다 괜찮은 걸로 충분하니까." "너!" 화가 난 박민혁이 이를 악물었다. "뻔뻔스럽네!" "내가 뻔뻔스럽다고?!" 김수지에게 오늘 양보란 없었다, 그녀도 참을 만큼 참았으니까. 이따금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박민혁에 대한 자신의 기대에 그녀는 이제 질렸다! 자신을 대하는 박민혁의 변덕스러운 태도도 이젠 지긋지긋했다! 그의 편애에 참을 만큼 참았다! 시비를 가리지 않는 그는 더더욱 지겨웠다! 김수지는 집요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그 여자 누구죠? 만날 기회를 오늘 놓쳤는데 나중에 또 만날 수는 있을까요?" "그 사람을 만난다고?" 왜 굳이 그녀를 만나려고?! 만나면 무슨 득이라도 될 게 있다고? 아니, 그 상황에서 김수지는 더욱 고통스러울 것이다! 김수지의 말에 당황한 박민혁이 그녀를 쏘아봤다. "끝까지 포기할 줄 모르네." 박민혁, 그 여자를 엄청나게 감싸고 도네! 그녀가 해코지라도 할까 봐 신경을 곤두세워 지켜주고 있는 걸 보니. 주위의 공기마저 갑자기 희박해진 듯하다. 김수지는 손바닥을 꽉 움켜쥐고 그의 시선을 피하더니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여 말을 이어갔다. "당신도 내 남자 이름을 알고 있는 마당에, 내가 당신 여자 이름을 아는 게 너무 과분한 건 아니잖아요?" 그녀의 남자...... 그녀의 남자? 박민혁은 살면서 평생 김수지로부터 이런 혐오감이 들게 하는 말을 듣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다. "너 참 가식에 능수능란하구나, 3년이나 같이 살면서 너의 마음이 진작에 떠났다는 것조차 내가 눈치채지 못했으니." 그는 김수지라는 그 얼굴에 눈이 멀었기 때문이다! 그는 싸늘하게 웃으며 조용히 김수지와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