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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장

그렇게 생각하며 박민혁은 김수연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아프면 쉬고 있어." 그리고 약상자 앞에 다가가 그녀를 도와 연고를 찾아냈고, 따뜻한 물도 떠다 주었다. 혹시 몰라 필요한 것들을 모두 그녀가 바로 닿는 거리에 배치해 두었다. 참 자상하고 배려심 깊은 좋은 남자로 보였다. 그는 예전에 김수지에게도 이렇게 자상하게 대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 앞에서 다른 여자한테 그렇게 대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 여자를 위해 김수지를 위협까지 했다. 마음 한편이 또 아려왔다. 김수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조용히 방을 나갔다. 다행히 두 사람은 너무 애틋한 나머지, 그녀가 나가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김수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밖으로 나가 택시를 타고 별장으로 돌아갔다. 그녀가 떠난 후 박민혁은 창가에 서서 그녀가 차에 타는 것을 지켜보다가, 차 번호판을 찍어 진영한테 그녀가 안전하게 귀가하게 지키라고 지시한 뒤 김수연의 병실을 나섰다. 그는 지금 김수연의 곁에 남아 그녀를 돌볼 마음이 없었다. 먼저 진실을 알아내야 했다. 그는 바로 유하준을 만나러 갔다. 박민혁은 서둘러 그를 처리하지 않고, 김수연이 호텔에 처음 나타났을 때 어떤 상태였는지 묻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빠 보였거나 거부감을 보였다면, 그는 김수연이 의도적으로 김수지를 해코지하지는 않았다고 믿으려 했다. 그러나 만약에... 그녀가 전반 과정에서 전혀 거부감이 없었고 끝까지 남으려 했다면, 박민혁은 김수연의 말의 진실성을 고민해야 했다. 그러나 사실은 분명 후자에 더 가까웠다. 그녀가 그에게 거짓말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앞서 카페 사건, 그리고 별하늘 드레스 사건까지 김수연은 다소 거짓말을 했었고, 의도적으로 그와 김수지 사이의 균열을 유도한 것 같았다. 그가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니다. 다만 따지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자신의 속마음을 알게 된 지금은, 더 이상 김수연이 사실을 과장하고 의도적으로 그와 김수지 사이의 불화를 조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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