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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장

그녀가 자고 있을 때, 먹을 때, 울 때, 애교를 부릴 때, 심지어 부스스한 머리로 방 안에서 서성이는 모습도 있었다. 그녀는 김수연과 극히 닮았지만, 김수지는 자신이라고 알아볼 수 있었다. 아니 그런데, 왜? 박민혁은 왜 김수연의 앞에서 자신의 앨범을 보고 있는 걸까? 축하를 받고 싶은 걸까? 설마, 박민혁이 나를 조금이나마 사랑했던 걸까. 그리고 박민혁은 이혼을 하는 것에 대해서 주저하는 것도 같았다. 아니잖아, 할머니께서는 박민혁은 어릴 때부터 김수연을 좋아했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생각하다 보니 갑자기 박민혁이 겪었던 모든 일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박민혁은 김수연을 사랑한다기보다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우연히 잡은 한줄기의 빛처럼 포기할 수가 없는 거라고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는데. 나는? 나도 박민혁한테 그런 감정을 품고 있는데. 인생이 가장 힘들고 어두울 때 그를 만나 반하게 되었다. 그래, 박민혁은 어떻게 김수연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는데? 김수지는 자신이 아직 너무 환상에 빠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백미러 속에 비친 차신의 얼굴을 찬찬히 관찰했다. 그래, 착각하지 마. 박민혁은 그냥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김수연의 모습을 남기려고만 했던 거야. 아무튼... 박민혁 본인이 인정했지 않나. 김수지는 3년 동안 그냥 김수연의 대역이었다고. 김수연 본인이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진들을 보고 있는 건 뭐, 보고 싶었던 본인이 돌아왔으니깐 그 대역으로 사용했던 사진들은 삭제하려고 했던 거겠지. 김수지는 다시는 박민혁에 관해서 착각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 많은 일들을 겼었는데도 계속 착각할 수는 없었다. 그러지 않으면 상처를 받는 건 본인밖에 없다. 김수지는 마지막으로 백미러 속에 비친 그 얼굴을 훑어보고 시선을 돌렸다. 이혼 수속을 하러 오면서 아이 메이크업을 유난히 진하게 한 것도, 김수연과 더 선명하게 구분할 수 있기 위해서였다. 그러든 말든, 박민혁은 김수지의 존재를 인식했던 적이 없었다. 보고 싶어 하는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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