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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두 사람은 구청에서 걸어 나왔다. 신세희는 부소경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부소경씨, 오후에는 의사가 면회를 못 하게 하더라고요. 당신이랑 같이 가지는 않을게요. 내일 오전에 다시 아주머니 만나뵈러 갈게요.” 신세희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아주머니가 없을 때 그녀는 주동적으로 부소경과 거리를 두었다. “네 마음대로 해.” 부소경이 차갑게 대답했다. 신세희는 혼자 자리를 떠났다. 차 안, 엄선우가 부소경에게 물었다. “도련님, 도망이라도 갈까 걱정되지 않으세요?” 부소경이 경멸하는 말투로 차갑게 말했다. “도망간다고? 진짜로 도망가고 싶었으면 내가 자주 가는 레스토랑에서 일했을까? 우리 엄마한테 찾아와서 돈도 빌렸을까? 두 번이나 도망친 건 그냥 판을 더 키우고 싶어서 그랬던 거야.” 엄선우가 말했다. “제 말이 그 말이에요.” “운전이나 해.” 부소경이 말했다. 차는 그대로 신세희의 옆을 지나쳤다. 부소경은 신세희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신세희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누군가가 그녀를 막아섰다. “신세희! 역시 여기 숨어있었구나!” 임서아가 찾아오다니! 2년 전, 임서아의 사생활은 무척이나 문란했다. 그 이유로 우연찮게 그녀는 늙고 못생긴 변태남에게 폭행을 당했었다. 그러던 중, 임서아는 남자가 잠시 무방비 상태가 된 틈을 타 하이힐을 들어 그대로 남자의 머리를 내리쳤고 남자는 그 자리에서 바로 즉사했다. 임서아의 죄를 씻어내기 위해 임씨 집안은 신세희를 취하게 만든 후 열심히 위조한 현장으로 그녀를 보내버렸다. 이러한 이유로 신세희는 살인죄로 10년 형을 선고 받았다. 임서아는 그렇게 법의 관할에서 벗어났다. 이런 생각이 들자 신세희는 임서아를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그녀는 임서아를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임서아의 기세가 한층 더 의기양양해졌다. “신세희, 여길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기녀촌! 남성에 유일한 기녀촌! 여기 뭐 하는 사람들이 사는지 알아? 몸 파는 창녀들. 여기 여자들은 하룻밤에 만원이면 충분하다더라고. 밤새 열심히 벌면 10만 원은 벌겠지? 정말 큰돈이다, 그치?” “그래서, 오늘 밤에 10만 원 벌었다고 나한테 자랑하러 왔어?” 신세희가 차갑게 물었다. “너!” 임서아는 손을 들어 신세희를 때리려고 했다. 그녀의 손이 반쯤 올라가다가 이내 다시 아래로 내려왔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이런, 화가 나서 잠깐 정신이 나갔었네. 할말 있어 왔어. 나 곧 결혼해. 그래서 집 다시 인테리어 하려고. 근데 하인들이 쓰레기 정리하다가 너랑 너네 엄마 사진 몇 장 발견했는데…” 신세희가 다급하게 말했다. “우리 엄마 사진? 버리지 마! 내가 가지러 갈게!” 그녀의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남은 사진들은 무척이나 소중한 물건들이었다. 임서아가 담담한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 “언제 가지러 올건데?” “내일 오후.” “그럼 내일 오후까지야! 아님 다 버려버릴 거야. 그 쓰레기 하루라도 더 우리 집에 있는 건 그냥 오염이니까!” 말을 끝낸 후, 임서아는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의기양양하게 자리를 떠났다. 임서아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세희는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그녀는 지금 임신 초기였다. 하루 종일 바삐 돌아친 그녀는 무척이나 피곤했다. 그녀는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싶었다. 다음날, 신세희는 아침 일찍 병원에 도착해 초음파 검사실 앞에서 줄을 서고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이 한 명 정도 남았을 때 부소경이 그녀에게 전화를 고 신세희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부소경씨, 무슨 일이에요?” 전화기 너머, 평소처럼 차가운 부소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가 당신 보고 싶데.” 신세희는 앞에 서 있는 줄을 보며 시간을 계산하더니 이내 그에게 말했다. “나, 한 시간 뒤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어요.” “그래.” 부소경은 간결한 말로 그녀에게 대답했다. “저기…” 신세희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아주머니 꼭 기쁘게 해드릴 테니까 돈 조금만 더 주면 안 돼요? 아니면 그냥 이혼하면 준다던 그 돈에서 깎아도 되고요.” “도착이나 하고 말해.” 부소경은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는 자신과 흥정하는 것을 제일 싫어했다. 신세희는 계속해서 줄을 섰다. 이제 막 검사실로 들어가려는 데 바깥에서 갑자기 응급환자가 들어왔다. 그런 이유로 반 시간이 지나버렸고 다시 신세희의 차례가 왔을 때는 미처 밟지 못한 수속 때문에 또 반 시간이 지체되었다. 그녀는 먼저 수속을 밟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신세희는 드디어 하숙민의 병실에 도착했다. 병실 안에서는 하숙민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너 같은 불효자가 어딨어? 엄마 속인 거지? 세희 어딨어!?” “어머니, 우리 어제 혼인신고도 했어요.” 부소경은 서류를 하숙민에게 보여주었다. “지금 당장 세희 데리고 와!” 하숙민은 부소경을 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지금 바로 찾으러 갈게요.” 부소경이 몸을 일으켰다. 문 앞, 부소경은 경멸에 가득 찬 눈빛으로 신세희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수그린 채 하숙민에게 다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머니, 제가 너무 늦었죠? 감옥에 있을 때 자주 그러셨잖아요. 팥빵 좋아하신다고. 그래서 좀 사 왔어요.” 하숙민은 울먹거리며 말했다. “세희야, 아줌마가 팥빵 좋아하는 거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어?” “당연하죠.” 신세희는 하숙민에게 팥빵 하나를 건네주었다. “아주머니, 좀 드셔보세요.” 하숙민은 간절한 표정으로 신세희를 쳐다보았다. “세희야, 이제 어머님이라고 불러야지.” “어머님…” “아이고…” 하숙민은 이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소경이 옆에 있어 준다니, 이제 마음 놓고 편히 갈 수 있겠어.” 신세희의 눈시울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어머님,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오래오래 사셔야죠…” 하숙민이 편하게 잠이 든 걸 확인한 후에야 신세희는 부소경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부소경씨, 용돈 좀 주시겠어요?” 부소경의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는 무척이나 담담했다. “한 시간 반 뒤에 온다고 해놓고 세 시간 뒤에 왔네. 다음에 또 우리 엄마 가지고 놀기만 해봐. 그땐 돈이 아니라 다른 문제가 될 테니까.” 신세희의 몸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그녀는 담담한 말투에서 느껴지는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조소하듯 가볍게 웃었다. “부자의 돈이 어디 그렇게 쉽게 벌어지나요? 알겠어요! 앞으로 다시는 돈 달라는 말 하지 않을게요. 하나만 확인하고 싶은데. 새로운 도시에서 정착할 수 있게 도와줄 거죠? 그건 맞죠?” “계약서에 적은 조건은 하나도 빠짐없이 들어줄거야.” “고마워요. 오후에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 신세희는 쓸쓸하게 자리를 떠났다. “소경아…” 하숙민이 병실 안에서 소리를 질렀다. 부소경은 바로 병실 안으로 달려갔다. “어머니?” 하숙민은 의미심장한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 “엄마도 알아. 네가 세희 별로 달가워하지 않아 하는 거. 근데 아들아. 엄마 감옥에서 엄청 고생했어. 그때마다 세희가 도와줘서 견딜 수 있었어. 세희가 얼마나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 엄마가 제일 잘 알아. 우리 둘, 부씨 집안에서 당한 게 어디 한둘이야? 엄마는 혹시나 해서… 엄마는 계속 네 옆에 있어 줄 짝 하나 찾아주고 싶어. 엄마 마음 알지?” “알아요, 어머니.” 부소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숙민은 침대에서 내려가려고 몸을 움직였다. “세희가 집에서 지내고 있는지 직접 진씨 아줌마한테 전화해 봐야겠어. 너희들이 진정한 부부가 되어야 이 엄마는 마음이 놓일 거 같아.” “…”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는 바로 전화를 받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이야?” 전화기 너머, 임서아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소경 오빠, 오늘 오후에 우리 집으로 초대하고 싶어요. 결혼 얘기도 할 겸 해서요. 어때요?” “오늘 시간 없어!” 부소경은 그녀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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