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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부소경은 무표정한 얼굴로 조의찬의 차가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뒤에 서 있던 엄선우가 말했다. "도련님, 저건... 의찬 도련님의 차 같습니다. 사모님을 뵈러 온 걸까요?" 엄선우는 방금 주차하느라 조의찬의 차에서 내린 신세희가 그를 향해 웃어 보인 것도 몰랐다. 낮고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의찬은 내 어머니를 외숙모로 여기지 않아. 그렇게 부르는 건 내가 두려워서겠지." 말을 마친 그는 혼자 병실을 향해 걸어갔다. 최근 하숙민의 상태는 1개월 시한부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주 좋았다. 그는 이 모든 게 매일 하숙민을 보살펴주는 신세희 덕분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기쁘니, 안색도 좋아지는 것이다. 신세희가 제법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 앞에서는 차갑고 도도한 척, 마치 평생 그에게 볼일이 없을 것처럼 굴더니 어머니 앞에선 그렇게 이해심이 넓고 친절할 수가 없었다. 말 한마디를 해도 어머니를 감동하게 했고 그녀의 말이라면 다 들어주게 했다. 조의찬 앞에서는 또 어떤가. 순종하는 척 고분고분한 얼굴로 비위를 맞춰주고 있지 않았던가. 조의찬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신세희와 그런 그녀를 차 안에서 한쪽 팔을 괸 채 거만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조의찬을 떠올리자 부소경은 짜증이 확 치밀었다. 눈빛도 덩달아 싸늘해졌다. 그렇게 서늘한 기운을 풀풀 풍기며 어머니 병실로 간 부소경은 그녀가 신세희와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됐다. "세희야, 두 달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한 달밖에 남지 않았구나. 네가 보살펴준 한 달 동안 나는 너무 기뻤단다. 그러나 사람 욕심은 끝이 없더구나. 자꾸 손주를 안아보고 싶은 욕심이 나." 하숙민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신세희의 배를 만지작거렸다. 신세희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확실히 그녀의 배 속에는 아이가 있었지만 아이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그녀조차도 몰랐다. "세희야, 말해보렴. 최근 생리는 언제쯤 왔니? 혹시 요즘 막 속이 메슥거리거나 하진 않고? 너희가 결혼한 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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