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9화
신세희의 얕은 술수에 이렇게 쉽게 넘어가다니.
임지강에게 뺨을 맞고 수 초간 멍해 있던 허영은 갑자기 미친 듯이 임지강에게 달려들어 그를 때리고 물고 할퀴었다. 잔뜩 부아가 치민 임지강도 허영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옆쪽으로 내던졌다.
통상적으로 남녀가 치고받을 때 여자는 남자를 이길 수 없었다. 더구나 허영처럼 살만 뒤룩뒤룩 찐 여자라면 말이다.
그녀는 임지강을 할퀴려고 했으나 임지강은 그녀를 향해 무심하게 발길질해댈 뿐이었다. 어떻게든 반격하려 하면 다시 머리카락이 한 움큼 뽑혀 나갔다. 두피에 피가 배기 시작했다. 결국 임지강에게 잔뜩 얻어터져 퉁퉁 부어오른 허영은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당장 집으로 들어가. ”
임지강은 사납게 으르렁거리며 허영의 허리를 걷어찼다. 허영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허둥지둥 집으로 달려갔다. 그러다 잠시 걸음을 멈춘 그녀는 악에 받쳐 신세희를 노려봤다.
신세희는 이 모든 과정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그렇다 할 표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허영이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봤음에도 마찬가지였다.
멀어지는 허영을 바라보던 임지강은 그제야 격분한 표정으로 다시 신세희를 쳐다보았다.
“당신 마누라를 패던 것처럼 내게도 똑같이 그러기만 해봐요. 털끝이라도 건드리면 그 자리에서 당장 칼로 찔러 죽여버리겠어요. ”
“...... ”
신세희는 이를 악물지도 않았고 화나 보이지도 않았다. 너무나도 평온한 그녀의 표정을 보며 임지강은 칼로 찔러 죽이겠다는 게 결코 농담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내가 왜 당신을 건드리지 않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신세희가 물었으나 임지강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당장 내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당신 딸은 참 대단해요. 몸은 서울에 있으면서, 서울과 남성의 권력자들을 모두 불러 모아 나를 상대하게 만들잖아. 만약 내가 오늘 오후에 그들 손에 죽는다면, 나는 아마 당신 부부를 죽이지 못한 걸 몹시 후회할 테죠. 그렇지만 난 살고 싶어요.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고 옷도 제대로 걸치지 못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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