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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어르신이 팔찌를 언급하지 않았더라면 부소경은 어머니가 생전에 신세희에게 팔찌를 줬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릴 뻔했다. 그 팔찌는 어머니의 집안에서 대대로 전해진 보물이라 감히 값을 매길 수 없었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소경아, 그 여자는 교활하고 꿍꿍이가 많아. 생각해 보거라. 의찬이도 그렇고 시언이도 그렇고, 우리 준명이까지... 그 여자 때문에 피해를 본 이들이 대체 몇이더냐? 어찌 그 여자와 네 어미를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있어. 그런 여자가 가르친 아이라고 다르겠느냐?" 부소경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번졌다. "내 딸은 지금 내 곁에 있는데 아이의 엄마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어르신, 너무 멀리 간 거 아닌가요? 내가 아이를 어떻게 교육하든지 외부인이 간섭할 권리는 없습니다. 우리 부씨 집안에서 망신당하는 일 없도록 당신 외손녀나 제대로 관리하십시오." 말을 마친 부소경이 신유리를 안은 채 밖으로 나가려고 하던 때 부태성이 소리쳤다. "소경아, 오늘 함께 식사하기로 하지 않았느냐. 네 할머니가 유리를 위해 선물도 잔뜩 준비했는데... 소경아!" 부태성이 매우 섭섭하다는 투로 말했다. 손자도 증손녀도 이렇게 보내기엔 아쉬웠다. 비록 어린 소녀였지만, 그 요망한 성격은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다섯 살밖에 안 된 어린 나이에 진상희를 속였고 임서아에게 망신을 주어 그 자리에서 울렸으니 정말 보통 내기가 아니었다. 암, 그렇고말고. 부씨 집안의 아이는 마땅히 이래야 했다. 부씨 저택에서 두 여자가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고, 주동자는 이 아이였다. 그러나 부태성 노부부와 부성웅은 오히려 이 아이가 더 좋아졌다. 아이는 생김새뿐만 아니라 성격마저 부소경의 판박이였다. 하여 부태성은 권위를 내려놓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소경에게 말을 건넸다.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딸아이를 안아 밖으로 나가던 부소경이 입을 열었다. "저택이 지나치게 난장판이군요. 한 무리 사람들을 그럴듯하게 두 줄로 거실에 앉히는 게 상류층의 모임이라고 생각하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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