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부소경은 신세희의 비명을 들으면서도 그녀의 몸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는 어두운 눈빛으로 신세희를 훑고 있었다. 그를 세게 밀친 신세희는 샤워타월을 주워 몸을 감싸며 황급히 방으로 돌진했다.
문을 닫은 순간 눈물이 두 볼을 타고 주룩 흘러내렸다.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수치스럽고 억울한지 몰랐다.
헤픈 눈물을 쓱 훔친 그녀는 옷을 갈아입으려 했다. 갑자기 등 뒤의 문이 벌컥 열렸다. 신세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부소경이 약상자를 든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신세희는 샤워타월로 자기 몸을 가리며 그를 경계했다.
"뭐, 뭐 하자는 건데요?"
부소경은 입을 꾹 다물고 그녀의 팔뚝을 잡아당겼다. 몸이 확 뒤집힌 상태로 털썩 침대에 눕게 되었다.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차가운 약이 등에 닿았다.
샤워했을 때 등에서 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을 뿐 자신의 등 상태가 어떠한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약이 발린 자리에 통증이 조금씩 가시기 시작했다.
다리에도 멍이 가득했다. 침대에 엎드린 그녀는 얼굴이 새빨갛게 익은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심지어 그가 어떻게 등 전체에 약을 펴 발랐는지도 알지 못했다.
멍하니 엎드려 있는데 다시 몸이 정면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너무 수치스러워서 딱 죽고만 싶어졌다.
눈을 꼭 감고 손에 힘을 잔뜩 준 채로 이를 악물었다.
다음엔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가 건달들을 응징하는 걸 직접 본 뒤로 신세희는 감히 그에게 반항할 수 없었다. 만약 그가 자신을 범하기라도 한다면 그녀는 당장 복잡한 기계 장치가 가득한 그의 방에 쳐들어가 아무렇게나 만져댈 것이라고 다짐했다. 차라리 날카로운 물건에 확 찔려 죽어버리고 말지! 바로 그의 눈앞에서 말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모든 자국에 약을 골고루 바른 부소경은 더는 다음 행동을 이어가지 않았다.
신세희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어둡고 서늘한 얼굴이 시야에 한가득 들어왔다.
신세희는 한 번도 이런 표정을 짓는 부소경을 본 적 없었다. 당장에라도 그녀를 찢어 죽이고 싶어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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