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81화
“하지만 영화 세트장에서는 한동안 사극 촬영을 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엑스트라들은 배가 등가죽에 붙을 정도로 굶어야 했어요.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저는 배가 고파도 괜찮았지만 제 두 아이는 굶길 수 없었죠, 아이들은 배가 고파 울기까지 했어요. 바로 그때 미다인 기획사 사장인 미란다가 제가 두 아이를 안고 있는 걸 보고선 식사를 대접해 주셨고 저한테 기획사에서 제안받은 사극의 엑스트라 역할을 해줄 수 있는지 물어보셨어요.”
미루나의 말에 반명선이 물었다.
“그래서 하겠다고 한 거고요?”
미루나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건이 있기 전, 난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고 김가명 감독님과 얘기까지 마쳤는데, 결국 그런 일이 생겨서 연기를 할 수 없게 된거죠. 그래서 미란다가 찾아왔을 때 생각도 하지 않고 승낙했어요. 난 그 사람의 기획사로 들어갔고 미란다는 저에게 도시락을 챙겨주었고 아이들에게는 분유를 사줬죠. 그때 얼마나 감격스러웠던지.”
반명선은 무언가 눈치챈 듯 물었다.
“설마 그 사람이 언니에게 밥을 챙겨주고 아이들에게 분유까지 사준다고 고마워서 돈도 받지 않고 연기한 건 아니죠?”
미루나는 머리를 저었다.
“난 정말 바보예요. 부모님과 사이도 좋고, 그러다 준명 씨의 사랑을 받고, 세희 씨와 정아 씨의 보호도 받다 보니 세상에 나쁜 사람도 많다는 걸 잊고 있었어요. 미란다가 저한테 너무 잘해주는 것 같아서 하소연하는 셈 치고 그동안 힘들었던 경험들을 모두 털어놓았죠.”
반명선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
“전 미란다가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저를 기획사로 불러 매일 아침 6시부터 새벽 1~2시까지 종일 엑스트라 연기를 시킬 줄은 몰랐어요. 제가 매일 아이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밤에 셋방으로 돌아가 잠을 자는 그 몇 시간뿐이었어요. 그렇게 미란다는 계속 저를 부추겨서 아이들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라고, 심지어는 돈을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팔라고 했죠. 미란다는 내가 그렇게 많은 연기를 했는데도 돈 한 푼 주지 않았고 그제서야 나는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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