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비가 오나?"
부소경이 발코니 앞으로 다가갔다. 정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래쪽에는 한 여인이 무릎을 꿇은 채 비를 맞고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그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부소경은 우산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오빠, 오빠... 정말로 내려오셨네요."
임서아의 입술은 추위에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녀는 무릎걸음으로 부소경에게 다가가 그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
"오빠, 제 말을 한 번만 들어주세요. 듣고 나서 절 때려도 좋고 아무래도 좋아요. 제발 한 번만 해명할 기회를 주세요."
비굴하고 비천한 그녀를 보며 부소경은 구역질이 치밀었다. 차라리 어제 자비를 베풀지 말걸.
그녀가 몸을 바쳐 자신을 구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자신이 F그룹을 손에 거머쥐지만 않았더라면 그는 망설임 없이 발길질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임서아에 대한 혐오감은 날따라 늘어나고 있었다.
자신을 구해주었던 그날 밤처럼 조용하고 절박한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미 2개월 뒤에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그녀는 매번 그를 화나게 했다.
부소경이 떠날 의사가 없는 걸 확인한 임서아는 아예 그의 발밑에 엎드렸다.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눈이 간절하게 그를 쳐다봤다.
"오빠는 몰랐죠? 사실 나는 오빠가 해외로 쫓겨났을 때부터 오빠를 좋아했어요. 그렇지만 오빠는 큰일을 할 사람이니까, 가문의 모든 권력을 얻기 전까진 누군가와 교제할 생각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전 조용히 기다렸어요. 오빠를 도와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어요. 그러다가 드디어 제게 오빠를 구할 기회가 생긴 거예요.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제 몸으로 오빠를 구했어요. 하지만 오빠와 결혼하겠다는 꿈은 꾸지도 않았어요. 오빠에게 비하면 저는 너무 부족한 사람이니까요."
"그렇지만... 오빠가 2개월 뒤에 저와 결혼하겠다면서요. 근데 어떻게 신세희와 결혼식을 올릴 수 있어요? 대체 누가 이런 걸 견딜 수나 있겠어요. 오빠를 너무 사랑해요. 오빠가 다른 여자랑 결혼하는 건 정말 못 참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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