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0화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서시언은 말문이 턱 막혔다.
서시언과 조의찬은 죽마고우였다. 온종일 조의찬이 신세희를 분석하는 걸 듣고 있자면 가끔 자신도 거기에 이입되어 꼭 마치 신세희가 조의찬의 말한 그런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러나 오늘 서시언은 신세희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녀의 눈빛은 평온해 보였지만 굉장히 단호했다. 그녀는 매우 약했다. 힘이 없으니 누군가 그녀의 머리 위에 똥을 싸도 그저 당할 수밖에 없었다. 조의찬, 민정연이 한 짓이 그랬다. 그리고 부소경의 연인인 임서아는 더더욱 신세희를 억압하고 괴롭혔다.
그러나 아무런 저항 능력이 없음에도 신세희는 한 번도 굴복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전혀 두려워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감옥에 가거나, 공멸하거나, 아니면 혼자 죽는 한이 있더라도 곽세건이 그녀를 범하고 모욕하는 걸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얼마나 강인하고 꿋꿋한 사람이란 말인가?
조의찬을 지나친 서시언은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는 곽세건 곁으로 다가가 경멸을 담아 말했다.
"이봐요, 의찬이는 부씨 가문의 유일한 외손자예요. 부태승 어르신도 부씨 집안 넷째 도련님에게 여러 번 당부했죠, 어떻게든 의찬이를 잘 돌보라고요. 지금 당신이 조의찬과 맞선다면 결국엔 넷째 도련님의 총구에 스스로 머리를 갖다 대는 셈이에요. 목숨이 아깝지도 않나 보죠?"
"저 미친년이 나를 불구로 만들었다고!"
고통에 겨워 땀을 줄줄 흘리던 곽세건이 외쳤다.
"일흔에 불구가 되는 게 뭐 어쨌다고."
조의찬이 냉소했다.
"하지만 내가 다친 건..."
"치료비는 내가 댈게요."
조의찬이 피식거리며 말했다.
"그래도 저년은..."
곽세건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당장에라도 술병으로 자신을 불구로 만들어버린 신세희를 죽여버리고 싶은 표정이었다.
"내 여자라고! 감히 내 여자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당신 내 손에 뒈질 줄 알아!"
조의찬이 야차 같은 얼굴로 말했다.
"......"
곽세건은 조의찬이 신세희를 끌어안고 나가는 것을 두 눈을 뜨고 지켜봐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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