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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그는 신세희를 꽉 움켜쥐고 자신의 품으로 힘껏 잡아당기며 실성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 년아, 기억력이 그렇게 안 좋아서 어떡해? 너 대학 2년 동안 내게서 돈과 물건을 얻어내려고 많이도 들러붙었잖아. 그때는 서방님 어쩌고 잘도 불러놓고, 감방에서 2년 동안 썩었다고 그새 나에 대한 호칭이 바뀌었냐? 이젠 할아버지라고 부르기로 했어? 내가 그렇게 늙어 보여?" "…당신 누구야! 놔! 안 놓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 눈앞의 노인은 임지강보다 스무 살은 더 많아 보였다. 그런데 대낮에 이런 말을 하다니. 신세희는 당장 이 뻔뻔한 자의 뺨을 내려치고 싶었다. 그러나 늙은이에게 잡힌 팔을 도저히 빼낼 수 없었다. 60, 70대는 되어 보이건만 기운이 만만치 않았다. 신세희는 조금도 벗어날 수 없다. "경찰에 신고해? 돈이나 물건을 달라고 할 땐 왜 신고할 생각 못 했어? 감방 안에서 물건이 필요할 땐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는데? 그런데 인제 와서 경찰에 신고하고 싶어졌냐? 신세희, 나 곽세건이 아주 만만하지? 내가 필요할 땐 입안의 혀처럼 굴더니 이젠 필요 없으니까 경찰에 신고하시겠다?" 자신을 곽세건이라고 칭한 남자는 도적 떼 같은 모습으로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신세희를 쳐다보았다. 무언가를 깨달은 신세희가 입을 열었다. "당신, 대체 임씨 집안과 무슨 관계야!" "네가 임씨 집안과 나를 연결해 줬잖아? 너를 위해서 내가 임씨 집안에 보탠 게 얼만데! 이 년아, 너 혹시 새로운 주인이라도 만난 거냐?" 곽세건의 말투를 들어보면 신세희를 아주 잘 아는 사람 같았다. 마치 정을 통한 어린 옛애인을 대하듯 말이다. 이것 또한 임씨 집안에서 파놓은 함정일 거라고 그녀는 매우 확신할 수 있었다. 가슴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발을 들어 노인을 콱 밟았다. 그가 고통에 힘이 빠진 틈을 타 가방에 손을 집어넣은 신세희는 칼을 꺼내려고 했다. 그건 임씨 집안에서 다시 그녀를 해치는 걸 대비해 가방에 숨겨둔 작은 칼날이었다. 그녀는 당장 그녀의 할아버지뻘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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