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장 사과

경찰이 증거가 있었기에 여진아가 반박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게다가 배성 그룹에서 지금 쓰고 있는 디자인이 바로 구연서의 디자인이었고 그건 아니라고 우길 수 없었다. 그녀가 전에 협력했던 거래처들도 이게 그녀가 전에 제출했던 디자인이란 걸 증명할 수 있었다. 여진아는 경찰서에서 불쌍하게 울었지만 나는 아무 표정도 하지 않았다. 배지훈은 경찰서에서 안절부절못했고 배성 그룹의 변호사한테 연락했고 무조건 여진아를 보석하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그는 나를 독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강하연, 너 왜 이렇게 독해?" "네 애인이 사업 기밀을 훔친 것보다 독하겠어?" 나는 그를 흘겨보았고 소리 지르려고 하는 구연서를 잡았다. 그녀는 지금 화가 너무 많았기에 경찰서에서 배지훈과 싸우게 되면 좋은 일이 아니었다. 배지훈은 관자놀이를 누르면서 반박하지 않았다. 그도 여진아가 그런 짓을 할 수 있다는 걸 아는 것 같았다. 나는 그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업계에 오래 있어서 금기를 잘 알 텐데 어떻게 여진아를 이렇게까지 봐주는지 정말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머리를 숙이고 그를 더 보지 않았고 그가 화내게 내버려뒀고 결국 경찰이 그를 막았다. "선생님 비서가 확실히 사업 기밀을 훔쳤습니다. 여기서 당자가 협박하지 마시죠." 경찰은 나를 보며 한숨 쉬었다. "특히나 상대가 와이프잖아요." 자주 경찰서에 드나들다 보니 나랑 배지훈의 일이 경찰서 내부에도 모두 소문이 퍼진 듯했다. 애인이 본처 친구의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게, 아무리 봐도 사업상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 분쟁인 것 같았다. 나는 무표정으로 배지훈을 쳐다보았다. "구연서가 당사자야, 모두 연서 디자인이야, 연서 회사의 것이 아니야." "차라리 여진아한테 솔직하게 말하라고 하는 거 어때? 그러면 몇 년은 적게 있을 수도 있어." 그녀의 죄명이 성립되면 무조건 감옥에 가야 했다. 이 일은 너무 큰일이 아닐 수도 있었다. 구연서가 포기한 디자인들을 도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일도 아니었다. 만약 정말 시장가격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