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1장 사랑 고민하고 싶지 않아

강유나는 내 가발을 빗질하며 말했다. "이 가발을 모청현이 특별히 제작해 준 거라며? 봐봐, 진짜 머리카락으로 한 것 같아." "그때 의사 선생님도 그가 자기 집 헬기로 세명시에서 모셔 온 거야, 쯧쯧, 돈 많고 카리스마 넘치는 대표님들의 사랑 이야기를 모르겠네, 모르겠어." "언니도 돈 많고 카리스마 넘치는 대표님이잖아." 내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리자 그녀는 바로 나를 노려보았다. "이놈의 계집애가, 어른의 권위에 도전하지 말거라, 네가 회복되면 다시 심문하도록 하겠다. "그런데 솔직히, 괜찮은 것 같아, 문걸 씨랑 같아, 하지만 우리 문걸 씨만큼 말을 모질게 하지 않지, 말을 별로 안 하더라고." "생각해 봐, 집안 어른을 만나본 거랑 다름없잖아, 나랑 네 형부는 모두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 나는 그녀를 흘겨보았다. '나보다 몇 살 많지도 않으면서 집안 어른은?' 하지만 모청현이 떠오르자 나는 또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가 나한테 어떤 마음인지 모두가 알고 있었고 나도 당연히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내 상황이 안 좋았기에 나는 눈을 지끈 감았다. 전에는 암이었고 지금은 머리까지 맞았기에 내 지력에 무슨 영향이라도 생길지 몰랐다. 팔자가 너무 가혹해서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안 주는 게 나았다. 강유나가 몇 번이나 그한테 무슨 감정이냐고 묻자 나는 드디어 답했다. "아무 감정 없어, 당분간 사랑은 고민하고 싶지 않아." "언니, 내 상황을 봐봐." 내가 팔을 들었는데 팔이 너무 말라서 뼈밖에 없었고 위에는 주삿바늘이 꽂혀 있었고 머리에는 붕대를 감고 있었다. 게다가 언제는 암이 재발할 것이기에 사랑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고 심지어 살아가는 것도 사치가 되어버렸다. 강유나는 내 민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알겠어." "나랑 문걸 씨가 연애하니까 네 앞에서 애정행각 많이 해야겠어, 그걸로 배부르게 해야지." 나는 또 눈을 흘겼다. '역시 끼리끼리였어.' 하지만 이렇게 티격태격하자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역시 귀국하는 게 좋았다, 적어도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