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장 모두 됐어요

컵은 산산조각 났고 튀어 오른 유리 조각이 내 종아리를 베어 버렸다. 조민지는 옆에서 소리쳤고 전금봉도 놀라서 멈칫했다. 나는 그가 그저 화났을 뿐 진짜 날 난감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때 배지훈이 문을 열고 들어왔고 여진아는 나를 흘기면서 일부러 목에 걸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배지훈은 낯빛이 안 좋았고 나를 수심이 깊은 눈으로 쳐다보았다. "먼저 전 대표님이랑 얘기 좀 나누고 있으라고 했잖아, 그 정도도 못 해?" 그러고는 조민지를 보며 말했다. "뭐 하는 거야? 가서 약상자 안 가져와?" 나는 조민지를 잡고 티슈로 가볍게 닦았다. "괜찮아, 별일 아니야, 먼저 프로젝트부터 얘기 나누자." 프로젝트부터 따내는 게 가장 중요했고 이 정도 상처는 나한테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여진아는 L 브랜드의 최신상 치마를 입고 있었고 어울리지 않은 최고급 액세서리를 하고는 전금봉을 보며 달달하게 웃었다. "우리 대표님이 전 대표님이 오는 줄 알고 특별히 저한테 가서 선물 사드리라고 했어요." "지난번에 뵀을 때, 펜의 큐빅이 떨어졌더라고요, 이건 최신상입니다, 저희가 특별히 가서 골랐어요." 그녀가 선물 상자를 건넸고 전금봉은 펜을 보고서야 표정이 온화해졌다. 여진아는 접대를 잘하지 못했지만 젊고 예쁜 여자 비서가 웃으면서 맞이하는데 체면을 봐주지 않을 대표님은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배지훈이 아끼는 사람이었기에 더욱 체면을 봐줘야 했다. 전금봉도 배지훈이 말은 하지 않아도 그에 대한 태도가 조금은 좋아진 걸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과일이며, 주스도 가져오며 사모님 행세를 했다. 전금봉이 데려온 사람들은 이상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고 나는 그저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회의가 끝났고 쌍방이 모두 만족하는 것 같아 나도 안도의 숨을 쉬었다. 하지만 상대방이 떠나자마자 배지훈의 혼내는 소리가 바로 들려왔다. "강하연, 너 이 정도도 못해? 프로젝트 디자인은 네가 제일 잘하는 거 아니었어?" "네가 약속 잡은 거 몰랐어." 나는 머리를 돌려 무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