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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장

묻지 않으면 괜찮았는데 물으니까 괜히 화가 치밀었다. “이게 다 우리 형 짓이잖아. 나 봐봐, 이게 사람 얼굴이야? 이 꼴로 어떻게 다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네.” 윤경민은 윤북진이 원망스러운 나머지 욕설을 퍼부었다. “내가 형이 원하는 거 다 들어주고 너도 이혼하기로 했는데 그 개자식이 약속을 어기고 날 귀양보냈잖아.” 윤북진 얘기가 나오자, 윤경민은 또 경계하듯 말했다. “남연아, 내가 이번에 돌아온 걸 아빠, 엄마도 몰라. 티켓은 또 얼마나 어렵게 구했는데. 지금은 믿을 사람이 너랑 정연이 뿐이니 비밀 지켜줘.” 고남연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훑어보았다. “설마 우리 집에 있을 건 아니지?” “거기 아니면 나 갈 데 없는데? 남연아, 내가 귀양 간 게 다 너 때문이잖아.” 고남연은 할 말을 잃었다. “그런데 너의 이 상태부터 정리하자.” “알았어.” 차에 오르려던 윤경민이 아우디를 보더니 연신 뒷걸음치며 말했다. “이 차에 타라고? 나같이 귀한 몸이 억 이하 차에 타는 걸 봤어? 이런 차는 덜컹거려서 못 타.” 고남연이 윤경민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찼다. “괜한 투정 부리지 말고 얼른 타기나 해.” 고남연에게 혼나고 나서야 윤경민은 늘쩡늘쩡 차에 올랐다. 사실 고남연은 한정판으로 나온 고급 승용차도 여러 대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변호사 사무소에서 일을 하면서 그녀의 신분을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몇천만 원짜리 차를 끌고 다녔다. 윤경민을 데리고 가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변신시켜 예전의 모습으로 바꿔주고 나서야 고남연은 그와 함께 남릉 저택으로 갔다. 같이 집에 들어간 윤경민은 몇 번이고 비밀을 지켜달라고 부탁한 후에야 고남연에게 물었다. “남연아, 여기 혹시 먹을 건 없어?” 고남연은 느릿느릿 대답했다. “살지도 않는데 있을 리가 없지. 배달시켜 줄게.”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치킨이 배달되자 고남연은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소매를 걷어 올리고 윤경민과 함께 먹었다. 윤경민은 쉴새 없이 입에 치킨을 쑤셔 넣으면서 물었다. “너와 형은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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