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장

송유진은 차오르는 고통을 참으면서 눈가에 눈물이 맴돌았다. “이, 이거 놔.” 볼이 꽉 집히다 보니 발음이 다 흐릿해지고 두 눈에는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만 배도현은 그녀를 놓아준 게 아니라 되레 더 세게 볼을 집었다. 송유진은 너무 아파서 두 눈이 충혈되고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렇게 내가 보기 싫은 거야?” 배도현은 미친 듯이 거부하는 송유진을 이대로 확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한편 그녀는 너무 아픈 나머지 신음을 냈다. “아파, 읍... 이거 놔줘, 제발.” 눈물이 그의 손에 떨어지고 나서야 이 남자도 마침내 송유진을 놓아줬다. 새하얗던 송유진의 얼굴에 빨간 손자국이 났다. 그녀는 볼을 어루만지면서 분노에 찬 눈길로 배도현을 째려봤다. “너 미쳤어?” 하지만 입을 열고 말하려 하니 볼이 또다시 미친 듯이 아팠다. 방금 그가 너무 힘을 준 나머지 입안의 피부가 이빨에 마찰하면서 찢어진 모양이다. 배도현은 경멸하는 듯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 “내 앞에선 열녀 납시더니 한재혁 앞에선 제법 날뛰더라? 오빠? 어이가 없어!” 송유진은 한심하기도 하고 마음속에서 울화가 치밀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뺏어온 뒤 배도현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단호하게 쏘아붙였다. “그게 너랑 대체 무슨 상관인데? 내 앞에서 제발 좀 미친 척하지마!” 그녀가 돌아서서 룸 밖을 나서려 할 때 배도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거기 서!” 송유진은 몸이 움찔거렸지만 끝내 멈춰 서진 않았다. 이를 본 배도현은 음침한 얼굴로 다시 한번 협박에 나섰다. “감히 이 방에서 나가기만 해봐. 한재혁한테 우리 사이 일 모두 까발릴 거야...” “야, 배도현!” 송유진은 참다못해 그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녀가 걸음을 멈추자 배도현은 제 협박이 먹힌 줄 알고 씩 웃었다. “그러니까 얌전히 내 말만 잘 들으면 절대 그럴 리 없...” “말하고 싶으면 다 해. 어차피 나도 이젠 신경 안 쓰니까.” 송유진은 그의 말을 가차 없이 자르고 더는 상대에게 입을 나불거릴 기회를 주지 않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