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장

말을 마친 주성윤은 자신의 명함을 꺼내 연지아에게 건넸다. 그의 표정은 단호했고, 목소리에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돈 모자라면 연락해. 한 가지 더 충고하자면 재혁 형 성질은 화약통 같아서 함부로 건드리면 뼈도 못 추릴 수 있어. 그러니까 괜히 딴마음은 품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연지아는 그의 말을 듣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한재혁을 바라봤다. 그러나 마주친 건 서늘하고 살기를 머금은 그의 눈빛이었다. 그녀는 금세 움츠러들며 어린아이처럼 훌쩍였다. 주성윤은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쉬고는 한재혁 쪽으로 다가갔다. “형, 진짜 너무한 거 아니에요? 왜 이렇게 욱해요?” 하지만 한재혁의 표정은 여전히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몸에 걸쳐 있던 고급스러운 코트를 벗어 쓰레기통 옆에 내던지더니 긴 다리로 성큼성큼 차로 걸어갔다. 주성윤은 그의 행동을 보고 혀를 찼다. ‘와... 저 비싼 옷을 그냥 버리네. 진짜 아까워...’ 그는 뒤돌아 연지아를 힐끔 보며 말했다. “재혁 형님은 심한 결벽증 있어. 그러니까 앞으로는 형님 근처에도 가지 마.” 말을 마치고 주성윤은 급히 한재혁을 따라갔다. 한재혁이 차에 타자마자 송유진은 그에게서 풍겨 나온 차가운 기운에 숨이 막히는 듯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전 연지아를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겁준 장면을 본 기억이 떠올라 불안함이 밀려왔다. ‘설마 내가 모르는 사이에 저렇게 폭력적으로 변한 건가...’ 그녀는 내내 몸을 웅크린 채 조용히 있었고 감히 먼저 말을 걸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한재혁은 옆에 앉은 송유진을 힐끗 쳐다봤다. 그녀가 차 문 쪽으로 몸을 최대한 붙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다 차 문밖으로 떨어지겠다.” 송유진은 움찔하며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살짝 몸을 안쪽으로 옮겼지만,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한재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겁먹었어?” 송유진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근데... 아까 왜 그렇게까지 욱했어요?” 한재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