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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장

송유진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사진을 잡으려 했지만, 사진은 그녀의 손끝을 스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녀가 허리를 굽혀 사진을 주우려는 순간, 배도현이 발을 들어 사진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이 사진이 그렇게 중요해? 대체 이 사진에 누가 있길래?” 그는 아직 사진 속 인물을 확인하지 못한 듯했다. 송유진은 목이 타들어 가는 것을 느끼며 간신히 목소리를 진정시켰다. “아무도 아니야. 지갑이 필요하면 가져가도 좋아. 문 좀 열어줘.” 배도현은 사악하게 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에는 짙은 조롱과 의심이 섞여 있었다. “유진아, 내가 너라는 여자를 얼마나 잘 아는데. 네가 정말 소중히 여기는 건 항상 아닌 척 숨기잖아.” 그는 발을 치우고 몸을 숙여 사진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사진 뒷면에 적힌 글자를 읽기 시작했다. “가장 사랑하는 오빠와의 결혼을 꿈꾼 지 103일째... 뒤에 하트까지 있네?” 그의 손이 점점 떨리기 시작했다. 사진을 뒤집어 보니, 금빛 은행나무 아래에서 환히 웃고 있는 소년이 보였다. ‘이 은행나무는 학교 뒤뜰에 있던 그 나무인데...’ 배도현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이놈은 누구야?” 그의 목소리는 낮게 깔렸지만, 감정은 폭발 직전에 있었다. 사진을 손에 꽉 쥔 그의 입술이 희미하게 떨렸다. 송유진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듯했다. ‘이건 너무 지저분해. 이대로 끝내고 싶지는 않았는데...’ “유진아!” 배도현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다시 외쳤다. “송유진! 대답해! 이 자식 누구냐고!” 송유진은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사진을 그의 손에서 빼앗았다. 그녀는 사진을 주머니에 넣으며 침착하게 말했다. “배도현, 그동안 미안했어. 이제 우리 여기서 끝내자.” 그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고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배도현은 조용히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은 절망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 “끝내자고? 송유진, 설마... 내가 사진 속 이 녀석의 대타였단 소리야?”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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