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4장 어젯밤에 올 줄 알았는데
주변은 고요했다. 방안이 떠들썩하게 가득 메웠던 사람들은 어느새 나가고 없었다. 방문은 닫혀 있었고 남은 건 두 사람뿐이었다. 결혼식 시간을 맞추는 건 이제 무의미했다.
이서아는 화려한 혼례복을 입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머리에 단 장신구가 움직일 때마다 따라서 파르르 떨렸다.
한참 지나서야 이서아가 입을 열었다.
“한수호 씨, 나는 당신이 어젯밤에 올 줄 알았어요.”
한수호의 목젖이 아래위로 움직였다.
“어젯밤에 왔으면 결혼하지 않을 생각이었어?”
이서아가 고개를 저었다.
“이 질문은 이제 의미가 없어요. 어젯밤에 오지 않았는데 답한다고 뭐가 달라져요.”
한수호는 그제야 자기가 뭘 놓쳤는지 알게 되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져 이서아의 손을 꼭 잡았지만 이서아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한수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꼭 잡은 채 녹여줬다.
“미안해. 순둥아. 내가 고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래.”
이서아는 한수호가 뭘 고민하는지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서아를 데려간다 해도 지금 몸 상태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신강인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이 맞긴 한 지, 신강인과 결혼하는 게 더 맞지 않은지 고민했을 것이다.
이성은 한수호에게 오면 안 된다고, 신강인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신강인과 결혼하면 더 행복할 거라고, 그가 계획했던 일들이 곧 이뤄지는 데 이제 와서 흐트러지면 안 된다고 말해줬다. 그렇게 고민, 또 고민한 끝에 어젯밤에는 오지 않았다. 아침이 되어 불꽃이 터지는 소리를 들었고 하론 전체가 이 성대한 결혼식을 토론하는 걸 듣고 나서야 감성이 이성을 이겼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하지만 한수호가 여기까지 찾아왔다고 해서 이서아가 꼭 따라가야 한다는 건 없었다.
이서아가 이를 악물더니 말했다.
“한수호 씨, 나는 해명할 기회를 여러 번 줬고 나를 데려갈 기회도 여러 번 줬어요. 내가 왜 신 교수님과 함께 혼례복을 입고 밖에서 산책했다고 생각해요? 노정민 씨가 보면 한수호 씨가 본 거랑 마찬가지니까요.”
“하지만 결국 오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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