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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장 원망은 하지 마요

4월은 완연한 봄이라 햇살도 바람도 너무 따듯했다. 어느 하나 완벽하지 않은 이곳에서 이서아는 신강인과 산책했다. 바람에는 장미꽃 향이 느껴졌다. 두 사람은 결혼식에 쓰일 복장을 그대로 입고 나왔다. 신강인이 옷을 갈아입을 것을 건의했지만 이서아가 옷은 신발과 같아서 걸어봐야 어디가 불편한지 안다고 말했다. 내일 이렇게 복잡한 드레스를 입고 여러 절차를 마쳐야 하는데 그때 가서 어디가 불편해도 고칠 시간이 없었기에 불편해도 그대로 참는 수밖에 없다. 신강인도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바꿔입지 않았다. 아직 다리가 완전히 낫지는 않았기에 혼자 걸을 수는 있어도 속도가 느린 편이었다. 다행히 두 사람은 대화가 주요 목적이지 시간에 쫓기는 건 아니었기에 천천히 걸어도 되었다. “그날 임정우 씨가 전화해서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어요.” 신강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서아가 추측했다. “내 출생의 비밀에 대해서 알려주던가요?” “맞아요.” “많이 놀랐죠?” 이서아의 말투에는 장난기가 들어있었다. 마치 다른 사람 얘기를 하는 듯한 모습에 신강인이 이서아를 힐끔 쳐다보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웃었다. 순간 어떻게 이 화제를 이어 나가야 할지 고민이었다. 신강인은 앞을 내다봤다. 도우미들이 하객들이 쓸 도자기 집기들을 옮기고 있었다. 파티에 쓰일 도자기 집기들은 전부 렉스틴 중남부의 파이튼 도자기에서 만든 것이었다.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였고 여러 나라의 왕실 파티에서 사용하는 브랜드기도 했다. 그중엔 이미 작고한 체르노 왕비도 있었다. 도자기는 정교하면서도 값이 비쌌지만 매우 취약했다. 하여 도우미들은 옮길 때 조심, 또 조심했고 혹시나 부딪히지 않게 완급 조절에 집중했다. 신강인은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임정우 씨 말을 듣고 나니 이해가 가더라고요. 왜 그렇게 해야만 했는지.” 이서아가 고개를 돌려 신강인을 바라봤다. “네?” “서아 씨도 알잖아요. 댄홀 부인이 살아계실 때 얼마나 얼마나 훌륭한 분이셨는지. 능력이 뛰어날뿐더러 모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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