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장 유일하게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한수호는 약속 장소에 도착했고 허겁지겁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 여진수의 모습이 보였다.
입안에 샌드위치를 잔뜩 머금은 여진수가 턱끝으로 파일을 가리켰다.
“네가 알아보라고 했던 거. 알아서 확인해. 어젯밤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더니 배고파죽겠네.”
“집에서 밥도 못 얻어먹고 살아? 어머니가 약혼 자리까지 알아봐 주셨다면서.”
한수호의 말에 약혼녀라는 신분으로 반강제로 그의 집에 눌어붙은 여자를 떠올린 여진수는 순간 입맛이 싹 가시는 듯한 기분에 바로 티슈로 입을 닦았다.
“나보다 5살이나 더 많아. 엄마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몰라. 아무리 물려받은 유산이 많다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취향 아니야. 결혼까지 간다 해도... 그냥 집에 가정부 한 명 더 고용했다 치지 뭐. 그 여자 얘기는 그만하고.”
여진수가 다시 흥미로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런 구멍가게 같은 회사 자료는 왜? 스타 그룹한테는 명함도 못 내밀겠던데.”
게다가 이런 일을 시킬 직원이라면 많고도 많을 텐데 하필 친구인 그에게 부탁하는 게 왠지 수상했다.
“내가 알아보면 티가 날 테니까.”
“이 회사 인수하려고? 설마... 누구한테 선물로 주려고?”
이서아가 곧 회사를 그만둘 예정이라는 사실을 떠올린 여진수가 장난스레 물었다.
“설마 퇴직 선물로 회사를 주려는 건 아니겠지?”
“큭.”
여진수의 말에 한수호는 그저 피식 웃을 뿐, 부정도, 인정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출근한다면서. 그만두는 건 없었던 일로 된 거 아니었어?”
“취소하겠다는 말을 안 하더라고. 그런데... 아마 안 그만둘 거야.”
자리에서 일어선 한수호가 말했다.
‘이서아가 날 떠날 수 있을 리가 없어. 내가 얼마나 잘해 줬는데. 내 품에 안겨 그렇게 말했잖아. 부모에게까지 버림받은 자기한테는 나밖에 없다고.’
...
같은 시각, 예상대로 이서아는 진병욱에게 문전박대를 당하고 말았다.
스타 그룹 비서 실장으로서 이런 취급을 받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라 신선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상관없어. 진병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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