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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장

난 서재에 가서 책을 읽으며 공부했다. 가끔 영상을 보기도 했다. 이것 말고 난 거의 할 일이 없었다. 그러다가 임세린이 돌아왔다. 그녀는 문을 열고 문 앞에 서서 조용하게 날 쳐다보며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분위기는 순간 굳어버렸다. 결국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도망칠 것도 아니고, 왜 계속 쳐다보는 거야?” “흥! 적게 도망쳤어?’ 임세린을 날 향해 걸어오며 아무렇지 않은 척 내 목을 끌어안았다. “날 탓하는 거야? 나 때문에 화났어?” 난 임세린인 갑작스러운 이런 행동에 약간 어쩔 줄 몰랐다. 날 안 믿잖아. 근데 왜 갑자기 나한테 고개를 숙이는 거지? 난 약간 믿을 수가 없었다. 임세린은 단 한 번도 주동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적 없었다. 특히 날 믿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면서 나한테 사과한다? 임세린 뭐 잘못 먹었나?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에 이러는 건가? 잘 모르겠지만 임세린이 너무 이상했다. 심지어 박설아가 날 모함한 일을 자기 입으로 자백했다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럴 리가? 내 무슨 배짱으로 화나겠어? 더구나 너도 그렇게 생각하잖아. 내가 네 절친한테 손댔다고. 이제 와서 이러는 건, 날 오해하게 하려고 그러는 거야?” 난 아무렇지 않은 척, 임세린의 목적을 떠보았다. 하지만 사실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내가 널 믿는 게, 싫어?” 임세린의 말에 순간 내 숨이 멈췄다. 우리가 결혼한 후 임세린이 처음으로 날 믿는다고 했다. 전에는 내가 거짓말만 한다고 했는데. 지금 뭐 하는 거야? 날 마비시킬 생각인가? 아니면 내 귀가 문제 생겼나? 내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자, 임세린은 이런 멍한 내 모습을 보며 살짝 웃은 듯했다. “가자! 어제저녁에는 내가 잘못했다고 치고 그냥 넘어가자. 응? 그리고 난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러니까 자기 절친 박설아 때문에, 이러는 거였어? 그녀는 주동적으로 모든 문제를 혼자 뒤집어썼다. 진실이 어떻든 책임질 사람이 있어야 하니까. 설마 내가 박설아를 탓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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