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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장

그날 밤은 아주 평화롭게 지나갔고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위에는 정적이 흘렀지만, 난 이런 분위기가 너무 편했다. 오늘 밤, 갈등은 없고 그저 묵묵히 서로의 곁에 있었다. 임세린은 노트북으로 일하고 있었고, 난 책을 보거나 기사를 읽었다. 어쨌든, 오늘 밤의 우리는 아주 평화로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내 6억이 입금되었다는 것이다. 6억! 내가 반평생 도면을 그려도 모으지 못할 돈이었다. 난 비록 돈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지만, 여전히 조금 흥분되었다. 내 공허하고 상처로 가득한 마음은 갑자기 만족감을 느꼈다. 난 난생처음 남자의 용기는 지갑에서 온다는 말에 공감했다. 심지어 이제는 임세린과 맞서 싸울 자신감도 생겼다. 하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남자는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더 중요한 건 사람이었다. 남자가 어떤 일을 하는 이유는 약속 때문이 아니라, 약속한 상대 때문이었다. 난 나와 임세린의 합의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고, 이튿날 오후에 슈트를 차려입었다. 메이크업 선생님이 왔을 때, 난 한창 넥타이를 정리하고 있었다. 메이크업 선생님이 아이라인을 그리자, 내 얼굴은 그제야 생기가 흘렀다. 그리고 남은 건 세세한 절차였다. 난 귀찮은 일을 싫어했다. 메이크업 선생님이 그리고 문지르는 것만 봐도 머리가 아팠다. 하여 아예 눈을 감고 메이크업 선생님한테 맡겼다. 1시간 뒤, 난 메이크업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고객님, 마음에 드세요?” 내가 예약한 메이크업 선생님은 20, 30대쯤 되어 보이는 여자였다. 지금 불안한 얼굴로 날 바라보며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내가 아무런 의견을 주지 않았기에 마음에 안 들까 봐 걱정하는 듯했다. 그러면 또 화장을 다시 해야 하거나 내가 돈을 안 줄 가능성도 있었다. 돈을 안 준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지만, 실제로는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난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바라보며 화장의 위대한 힘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지금의 나와 어제의 나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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