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장

마음이 급한 김수철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신호등의 빨간불이 초록 불로 변했고 고아라는 앞에 차를 따라 신호등 골목길을 지나갔다. 고정태의 차가 앞의 도로변에 주차해 있었다. 사부님의 차를 본 고아라는 바로 옆에 차를 세우고 차창을 내려 머리를 내밀며 물었다. “사부님, 왜 멈추셨어요?” ‘아직 도착 안 했는데?’ “왜 이렇게 느린 거야? 네가 길을 잘못 들어선 줄 알았어.” “아까 삼촌 전화를 받느라고 속도를 조금 늦췄어요. 삼촌 막내아들이 또 저녁만 되면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리고 사부님의 부적은 효력이 3일밖에 없다고 했어요.” 그 말을 들은 고정태의 얼굴이 뜨거워졌다. 고정태는 원래 도술이 높지 않아 제자들이 항상 반푼어치라고 놀렸다. 고아라에게 의지해서 귀혼들과 소통하지 않는다면 고정태 실력으로는 가벼운 사건밖에 해결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어려운 문제는 해결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도술이 높지 않고 수행이 부족하다 보니 고정태가 써준 부적 역시 가장 간단한 부적이었다. 그래서 지금 효력도 3일밖에 유지하지 못했다. 그래도 3일을 버틸 수 있으니, 하루도 못 버티는 것 보다는 훨씬 좋은 편이었다. 만약 하루도 버티지 못했다면 고 사부님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고 조개 마을에서의 명성과 권위도 잃어 더 이상 수입을 얻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삼촌은 빨리 돌아가서 막내아들을 봐달라고 하는데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저는 분명 세 아이가 동생을 질투해서 원기를 동생의 몸에 풀고 있다고 확신해요. 삼촌 부부가 아들에게 사랑을 쏟을수록 아이는 화를 입게 될 것이에요.” 그래서 고아라는 김수철 부부의 업보를 아들이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한 것이다. 그 가여운 아이는 성인이 될 때까지 잔병치레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김수철 가문의 가세도 부부의 업보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될 것이고 고아라의 말에 의하면 김수철의 가문 2대까지는 큰 부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러자 고정태가 말했다. “우리가 그렇게 빨리 돌아갈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을 찾아서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