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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장

김여옥이 웃으며 답했다. “하긴 우리 친손자도 효도 잘하고 양손자도 곧 잘해.” “할머니께서는 행복하신 거예요.” “아라 씨, 편하게 할머니라고 불러요. 비록 80이지만 마음은 소녀예요.” 고아라가 웃으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편하게 불러드릴게요. 마음이 정말 젊으신 것 같으세요. 저는 겨우 스물다섯이지만 마음은 최소한 서른은 된 것 같아요.” “왜요? 무슨 걱정 있어요?” “아니요. 저는 나름 긍정적인 사람이에요. 이 세상 살면서 하늘이 무너지면 이불 삼아 덮죠. 생사를 제외하고는 별로 중요한 게 없죠. 할머니, 안 그래요?” 고아라는 정말 소탈하고 열린 마음으로 살았다. 그녀가 많은 귀신들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김여옥도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갑자기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결혼한 신랑이랑은 어때? 아라 씨한테 잘 대해 줘요?” “잘 해준다고 하기에도 민망해요.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남편은 매일 출근하다 보니 저랑 어울릴 시간도 없어요.” 고아라는 무방비 상태로 답했다. “어차피 그냥 같이 생활하는 거잖아요.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저는 저대로 서로 간섭하지 않으면서 살려고요.” 김여옥은 손자의 뜻임을 눈치챘다. “할머니, 저랑 남편은 결혼한 사실을 숨기고 있어요. 할머니랑 인연이 깊다고 생각해서 이런 말을 하는 거지만 비밀 지켜주셔야 해요? 어디 가서 말씀하시면 안 돼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 할미는 입이 무거워요. 우리 양손자한테도 그런 말은 안 할 거예요.” 고아라는 김여옥을 믿었다. 김여옥은 온화하고 상냥했는데 마침 고아라가 상상하는 할머니의 모습, 고아라가 좋아하는 모습 그 자체였다. “할머니, 양손자하고 우리 남편 같은 회사에 다니시죠? 한번은 센트롤 호텔에서 그와 최현우 씨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당시 그녀는 안동우가 너무 잘 생기고 분위기는 최현우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며 몇 번 더 본적이 있었다. 김여옥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동우는 퀸즈 그룹에서 임원을 하고 있어요. 더 상세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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