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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장

“아라야, 내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야. 믿기지 않는다면 직접 알아보고 결정해도 좋아.” 고아라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할아버지도 이제는 동거를 강요하시네요?” “강요가 아니라 부부가 함께 사는 건 당연한 일이야. 너희도 이제는 법적인 부부잖니.” 고아라는 말문이 막혔다. 그때 최현우가 갑자기 서재에서 나와 조용히 고아라를 바라봤다. 홀로 소파에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선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요즘 따라 환청이 자주 들렸고 방금 전만 해도 고아라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나 몸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되었던 최현우는 내일 아침 일찍 주치의에게 연락해 진찰받기로 결정했다. 최현우는 자신이 잘못들은 건가 싶어 다시 서재로 돌아갔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고아라는 최준태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이제 저한테 말 걸지 마세요. 현우 씨가 보면 제가 미친 사람인 줄 알아요.” 최준태는 너스레웃음을 지었다. “널 미친 사람으로 생각할 뿐만 아니라 자기 몸에 이상이 생긴 건가 싶어 검사받으러 갈걸? 됐다, 할아버지는 이제 너한테 말 걸지 않으마. 저 자식이 서재에서 뭐 하고 있는지 확인해 봐야지.” 말을 마친 최준태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향했다. 그 시각 최현우는 계약서 초안을 작성하고 있었고 최준태는 손자 옆으로 다가가 실눈을 뜨고 컴퓨터 모니터의 내용을 들여다봤다. 생전에 돋보기안경을 써야 할 정도로 노안이 심각했는데 죽고 나서는 구할 방법이 없으니 모니터 속의 내용을 보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이 불효자들. 어떻게 안경 하나 챙겨줄 생각을 못 하는 거지?’ 작성한 계약서의 내용은 전부 고아라에 관한 것이었고 그녀가 별장으로 이사 온 뒤 지켜야 할 내용들이 빼꼭히 적혀있었다. 이를 전부 읽어본 최준태는 참다못해 최현우의 머리를 내리쳤다. 물론 최현우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최준태는 욕설을 퍼부었다. “이 자식이 너무하네. 네 할머니 오면 다 일러바칠 거야. 자기한테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왜 아라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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