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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장

순간 말문이 막힌 김여옥은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제가 조언 하나를 드려도 될까요? 우리 시대에는 중매결혼이 당연했어요.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오직 부모님의 명령에 달려있었죠. 저도 남편이랑 결혼하기 전에 딱 한 번 만났거든요.” “처음에는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었지만 결혼 후 함께 지내면서 점점 정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금실 좋은 부부로 지내면서 자식들도 많이 낳은 거죠. 우리 집사람은 지금껏 저한테 욕설 한 번 해본 적이 없는 좋은 사람이에요. 비슷한 상황을 겪어봐서 그런지 아가씨의 기분이 어떤지 잘 알아요.” “하지만 남편이랑 잘 지내보려고 노력한다면 두 사람의 관계에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요? 이혼을 서두르지 말고 일단 마음을 키워봐요. 그렇게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 두 사람에게 기적이 일어날 거예요.” 고아라는 웃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어르신, 조언 감사합니다. 그 사람이 이혼 얘기를 꺼낼 때까지 전 가만히 있어야겠네요.” 고아라는 최현우와의 관계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눈치가 빨랐던 김여옥은 표정만 봐도 고아라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았고 손주인 최현우에게 일말의 감정조차 없다는 걸 깨달았다. 고아라의 말처럼 최현우가 이혼을 언급하기 전까지 두 사람은 아마 지금처럼 결혼한 듯 안 한 듯 서로에게 무관심한 채 지낼 것이다. 비록 결혼을 재촉한 건 맞지만 김여옥은 1년만 버티고 끝나는 관계가 아닌 진심으로 최현우의 행복을 바랐고 증손자를 안고 싶은 욕심도 조금 있었다. 김여옥은 고아라에 대한 첫인상이 매우 좋았고 복덩이를 만난 것만 같았다. 고아인 게 마음에 걸리긴 했으나 착하고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는 건 확실했다. 며느리가 이 결혼을 반대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지만 이미 혼인신고를 한 마당에 반대한들 현실이 바뀌는 건 아니다. 다만 고부 관계를 위해 고아라는 긴 시간 동안 정성 들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여옥은 불같은 며느리의 성격을 생각해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감정이 생길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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