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하수연은 조용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약간 창백했지만 의식은 있었다. 그녀는 침대 옆에 앉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고정윤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엄마, 정말 아무 일도 없어요. 며칠 지나면 나아질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고정윤은 하수연을 바라보면서 그녀의 팔을 가볍게 두드리며 위로했다. “응, 당연히 나아질 거야.” 그녀는 몸을 돌려 옆에 서 있는 작은 아이를 끌어당겼다. 어린 소녀는 올해 다섯 살로 분홍빛 얼굴에 새하얀 피부를 가졌다. 아이의 통통한 볼은 만지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동그란 큰 눈은 지금 침대 위의 하수연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허소윤은 앞으로 나아가 하수연의 손을 잡고 작은 머리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엄마, 꼭 나아질 거예요. 그때면 아빠가 우리 데리고 디즈니 공주 보러 갈 거예요.” 하수연은 딸을 보는 순간, 평소 냉철하게 일을 처리하던 그녀의 눈빛에 부드러움이 섞였다. 그녀는 손을 뻗어 허소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대답했다. “그래, 때가 되면 엄마랑 아빠가 너를 데리고 갈게.” 허소윤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허문종은 어린 소녀를 향해 손짓했다. “소윤아, 이리 와. 일단 엄마가 편히 쉴 수 있게 해주자.” 허소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문종에게 달려갔다. “아빠.” 그녀는 허문종의 다리를 붙잡고 한쪽에 서 있었다. 허문종은 딸을 안아 올렸다. 그는 침대 위의 하수연을 바라보며 차가운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그의 고급 양복 위에는 주름이 가득했다. 턱에는 푸른 수염이 자라나 있었으며 눈의 혈관이 터져 있었다. 하수연은 이렇게 초라한 허문종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눈을 내리깔며 마음속으로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이 병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아마 허문종이 그녀에게 이렇게 깊은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걸 영원히 몰랐을 것이다. 한동안 말이 없던 하영준은 병실을 한 번 둘러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됐어, 다 돌아가. 다들 여기서 지켜봐도 소용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