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164장

커다란 체구의 차재욱이 강서현 앞에 꿇어앉았다. 늘상 까칠하고 도도하던 얼굴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죄책감과 아픔만이 그를 가득 채우고 있을 뿐이다. 함께 한 지난 4년, 직장에서건 일상에서건 누군가에게 고개 숙인 적이 없던 남자다. 미안하다는 말조차 한 적이 드물던 그가 제 앞에 무릎을 꿇었다. 실로 놀라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차재욱을 한참이고 빤히 쳐다본 강서현이 그제야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차재욱, 미쳤어?” 고개를 든 그의 눈가에서 죄책감이 쏟아져 나왔다. “서현아, 4년 전에 내가 진이나 지키겠다고 너한테 상처 줬잖아. 날 위해 거의 모든 걸 바쳤던 사람인데 넌 사과 받아 마땅해. 용서를 구하려는 게 아니야, 내가 잘못했다고 말해주고 싶었어. 널 총알받이로 썼으면 안되는데, 딸까지 가진 널 버려선 안됐어. 이혼해서도, 거기다 아들까지 가로채선 안됐어. 널 버리는 대신 날 두 번 구한 진이나를 택하는 게 내 책임이라고 여겼거든. 근데 나조차도 몰랐던 거야, 속임수인 줄 알았던 결혼 생활에서 내가 진짜 흔들려버린 걸. 진이나한테 속고 나서 네가 좋았다는 걸 깨달은 게 아니라 그 4년이란 시간 동안 수도 없이 나한테 질문을 던졌어, 내가 원하는 사람이 대체 누굴까. 이제야 알았거든, 난 늘 너만 원했어. 애들 엄마라서도 아니고 네가 날 위해 헌신해서도 아니야, 그냥 내가 널 너무 사랑해서 그래. 사람은 잃은 뒤에야 소중한 걸 안다더니 나도 그런가 봐. 네가 이준이랑 약혼할 때가 돼서야 가슴 찢어지는 게 뭔지 몸소 느꼈어. 용서는 바라지도 않으니까 내 사과만 받아줘, 내가 조금이라도 마음 편해질 수 있게 응?” 애원 가득한 말투에 처량하고 그윽한 표정까지. 지나가던 개가 봐도 감동 받을 정도다. 다만 너무 많은 걸 겪은 여자였기에 그토록 무감했다. 조용히 문 앞에 서있던 강서현은 차재욱의 말이 끝나고서야 그를 내려다봤다. “말 다 했어?” “응, 다 했어.” “그럼 가, 거슬리게 하지 말고.” 매몰찬 모습에도 차재욱은 결코 포기하지 않은 채 손을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