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4장
식탁에 놓인 술을 본 그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린다.
진이나가 와인잔을 건네며 샐긋 웃었다.
“재욱아, 결혼해 줘서 고마워. 내가 꼭 좋은 와이프이자 엄마이자 며느리 되도록 노력할게.”
잔을 건네받은 차재욱의 담담한 시선이 전해졌다.
“그동안 고생했는데 고맙단 인사는 내가 해야지, 그런 의미에서 이 술은 네가 마셔.”
소스라치게 놀란 진이나가 고개를 마구 저었다.
“아니야, 내가 와인잔 하나 더 가져올게. 이건 너한테 주는 거야.”
몸을 일으키려 하니 그가 여자의 어깨를 꾸욱 눌렀다.
느긋하게 와인잔을 손에 쥐어주며 묘한 미소를 띠는 차재욱이다.
“난 막 퇴원해서 금주야, 네가 대신 마셔줘.”
핑계를 대려기도 전에 차재욱은 벌써 잔을 진이나의 입가에 가져갔다.
이토록 다정한 모습은 또 처음이다.
“왜 안 마셔? 내가 먹여줄까?”
평소 그의 중저음은 지나치게 싸늘한 탓에 털이 쭈뼛 설 정도다.
다만 지금은 무슨 마법이라도 쓴 건지 진이나를 단숨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약을 탔다는 걸 알면서도 개의치 않고 와인을 원샷했다.
지금 이 순간의 다정다감한 차재욱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다.
더 이상 놓치고 싶지 않아, 당장이라도 덮치고 싶어.
그와 동시에 차재욱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악 가셨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그의 목소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시리도록 차갑다.
“회의 있는 걸 깜빡했네, 이건 네가 먹어. 먼저 갈게.”
어안이 벙벙해진 진이나다.
차재욱이 가면 진이나는?
술에 약을 얼마나 탔는데.
차재욱의 팔을 덥석 잡은 여자가 애원하듯 읊조렸다.
“재욱아, 오늘 밤엔 나랑 있으면 안돼? 내가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데.”
손을 뻗어 넥타이를 풀어헤치려 하니 차재욱이 침착하게 진이나를 밀어냈다.
“심심하면 나가서 놀아, 그동안 여기에만 있어서 지루했을 텐데. 오늘부터 자유야, 어디든 갈 수 있어.”
어느새 얼굴에서 열감이 느껴졌다.
차재욱을 꽈악 끌어안은 채 놔주고 싶지 않았다.
다만 그 말이 끝나자 여자는 믿기지 않는 듯 눈을 커다랗게 떴다.
“진짜야? 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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