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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그 말에 강서현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자신이 잘못들은 건 아닌지 의심이 갔다. “방금 콩이 목소리 맞지?” 이준도 한껏 감격한 나머지 콩이에게 다가가 콩이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러더니 콩이의 통통한 볼에 입을 맞추었다. “콩이야. 아빠라고 한 번 더 불러봐.” 그 말에 콩이는 까만 눈망울로 텔레비젼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화면 속에 있는 차재욱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빠.” 이번에는 조금 전보다 훨씬 맑고 큰 목소리였다. 강서현은 순간 눈물을 왈칵 쏟았다. 마침내 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콩이를 끌어안고 감격에 겨워 한마디 했다. “콩이야. 엄마라고도 불러봐.” 하지만 콩이는 작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서현은 비록 콩이가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여전히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역시 가족 분위기가 콩이의 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됐나 봐.” 그러자 이준은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현아. 나한테 하는 말이 아니야.” 강서현은 그제서야 콩이가 조금 전에 텔레비전에 나오는 차재욱을 보고 아빠라고 불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순간, 강서현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콩… 콩이가 뭘 안다고..” 그 말에 이준은 미소를 지으며 콩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콩이는 이미 세 살이야. 그저 말을 할 줄 모르는 것일 뿐 우리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있어. 그러니까 자기 아빠가 누구인지 진작에 알고 있었을 거야. 그게 아니면 부녀 지간에 마음이 통한 것일 수도 있고.” 이 말을 들은 강서현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콩이는 아주 총명해서 무엇이든 한 번 배우기만 하면 전부 기억했었다. 이제 겨우 세 살인데 벌써부터 아는 글자가 3천여가지가 되었다. 이렇게 똑똑한데 누가 자기 아빠인지 모를 리가 없겠지. 이런 생각에 강서현은 콩이가 말을 하지 못하는 게 어쩌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콩이는 진작에 차재욱 앞에서 진실을 말했을 것이다. 그래도 콩이가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대단한 발전이 아닐 수 없었다. 현재 그녀의 마음속은 미래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 차재욱은 위층에서 내려와 귀여운 곰돌이 모양의 찐빵 두 개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먹고 싶어?] 그는 차현승에게 문자를 보냈다. 차재욱의 문자를 보고, 차현승의 얼굴에는 착잡한 기색이 더해졌다. 차현승은 이 찐빵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건 그가 어렸을 때 항상 먹었던 음식이었다. 맛은 고소하고 우유 향이 살짝 나는데 안에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팥앙금이었다. 그 여자가 그를 버린 이후로 그는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밥을 해주는 아주머니가 몇 번 만들어 본 적이 있긴 했지만 강서현이 직접 만든 그 맛이 나지는 않았었다. 차현승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이 찐빵이 어디서 난 건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코웃음을 치며 답장했다. [아니요.] 마치 화가 잔뜩 난 듯한 차현승의 답장을 보고 차재욱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애초에 너한테 주려던 건 아니었어. 콩이가 나한테 준 거야. 반성문을 다 썼으면 상으로 주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네.] 이를 본 차현승은 두 볼을 불룩 내밀며 재빨리 답장했다. [반성문은 이미 다 썼어요.] [그럼 하나 줄까?] [싫어요.] 차재욱은 차현승의 문자를 보며 가볍게 피식 미소를 지었다. ‘먹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반성문을 다 썼다고 알려주는 건 뭐야? 앞뒤가 맞지 않잖아.’ 그가 막 집에 도착했을 때, 차현승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은 듯 보이지만 사실 두 눈으로 차재욱의 손에 쥐어진 찐빵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차재욱은 그런 차현승에게 다가가 찐빵을 그의 눈앞에서 이리저리 흔들었다. “먹고 싶지 않아?” 그 말에 차현승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딱봐도 못생긴 것이 분명 맛이 없을 거예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은 계속 찐빵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차재욱이 막 입에 넣으려 하자 그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찐빵을 바로 낚아챘다. “전 아빠 아들이니까 아빠의 안전을 책임져야 해요. 그 여자가 아빠를 죽이려고 찐빵에 독을 탄 거면 어떡해요?” 그렇게 말하면서 찐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오래간만에 맛보니, 그는 두 눈을 반짝이며 볼에 넓은 홍조를 띠었다. 어린 시절의 일부 장면이 그의 뇌리에 떠올랐다. 그런 차현승의 모습에 차재욱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그의 머리를 가볍게 톡톡 쳤다. “먹고 싶으면 그냥 말하면 돼. 네 친엄마니까 그렇게 밀어낼 필요없어. 그리고 앞으로 엄마한테 예의없게 굴지 마. 그러면 천천히 널 받아드릴 수 있을 거야.” 차현승은 차재욱의 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필요 없어요.” “그렇게 싫으면 찐빵을 다시 뱉도록 해.” 그 말에 차현승은 깜짝 놀라 서둘러 남은 찐빵을 입에 넣고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 “이미 다 먹었어요.” 그렇게 두 사람이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최금희가 위층에서 내려왔다. 최금희는 차재욱의 정장에 붙어있는 스티커를 보고 의아해했다. “너 옷에 지저분하게 그게 다 뭐야? 어서 떼버려.” 최금희가 막 스티커를 대신 떼주려는데 차재욱이 그녀의 손길을 거부했다.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말을 마치고, 차현승의 가방을 들고 자리를 떠나려는데 최금희가 버럭 소리쳤다. “오늘 진씨 가문에서 또 너랑 이나의 혼사를 재촉했어. 너희들은 약혼한 지 벌써 4년이 되었는데 어서 결혼을 해야지. 진씨 가문은 명문 가문이니 하루빨리 이나와 혼인을 해야 네 지금 자리가 더 안정적이게 될 거다.” 그 말에 차재욱의 눈빛은 차갑게 굳어졌다. “제 자리가 위태로워 보이세요?” 그러자 최금란은 화가 치밀어 올라 그를 노려보았다. “지금은 필요 없을지 모르겠지만, 절대 잊지 마. 이나는 네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해준 사람이야. 이나가 없었다면 넌 벌써 죽었을 거야. 게다가 너랑 현승이는 모두 rh 혈액형이니까 이나가 언제든지 너희들한테 피를 수혈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이나가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해도 그녀를 버릴 수 없어.” 이 말을 들은 차재욱의 눈에는 뭔가 심상치 않은 기색이 감돌았다. 당시 그와 그의 아버지는 누군가의 습격을 받아, 그의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바로 숨을 거두게 되었고 그는 피를 많이 흘려 쇼크를 입게 되었었다. rh 혈액형은 워낙 흔한 혈액형이 아닌데다 대량으로 필요한 바람에 차씨 가문은 어쩔 수 없이 거금을 들여 피를 도처에서 알아봤었다. 그가 깨어났을 때, 어떤 소녀가 그에게 800cc의 피를 헌혈하고 의식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는 한 사람이 헌혈할 수 있는 최대량이 얼마인지 알고 있었다. 800CC는 그야말로 한계치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 사람은 여자 아이였다 이 소식을 접하게 된 그는 그 소녀에게 아주 감격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최금란은 진이나를 딸처럼 아끼고 보호했었다. 하지만, 차재욱이 어떻게 그녀의 속셈을 모를 수 있겠는가? 최금희는 진이나를 차재욱을 위한 ‘혈액 은행’으로 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차재욱은 틈틈이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400cc 정도의 피를 뽑아 저장했었다. 하지만 그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건, 진이나가 그의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한 바람에 다리에 큰 부상을 입어 영원히 무대에 설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당시 그의 여분의 피도 진이나를 위해 전부 써버리고 말았었다. 하지만 두 번이나 생명을 살려준 은혜는 그 무엇으로도 갚을 수 없었다. 그가 진이나에게 줄 수 있는 건 그녀가 바라는 결혼 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강서현에게 그렇게 큰 상처를 입혔던 것이다. 당시 그는 진이나는 자신을 위해 그녀의 꿈과 엄마로서의 자격을 잃어버렸지만 강서현은 그저 한번의 혼인의 실패를 맛본 것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정말 괜찮아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너무 아파왔다.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차재욱은 그저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 “도대체 어쩔 생각인 거야? 이나한테 듣기론 강서현이 다시 돌아왔다고 하던데, 정말 서현이한테 빠져서 결혼을 미루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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