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장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또다시 쏙쏙 찌르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열렬하게 사랑해 주던 여자가 다른 이의 신부가 될 예정이다.
한 공간에서 지내며 함께 아이들을 키워가겠지.
그렇다면 이제 강서현은 차재욱에게 그저 두 아이의 엄마가 될 뿐이다.
그 어떠한 감정도 섞여있지 않는.
잔인한 현실에 차재욱은 으스러질 듯 잔을 움켜잡았다.
유리 파편들이 손바닥에 박히며 선혈이 손목을 타고 뚝뚝 흘러내렸다.
그런데도 통증은 느끼지 못했다.
외려 곁에 있던 김 비서가 화들짝 놀라 달려왔다.
“대표님, 다치셨습니다. 제가 구급함 가져올게요.”
시리도록 차가운 눈동자에 움찔하기도 잠시, 선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한테 신경 끄고 강서현 노린 게 누군지나 찾아.”
도무지 지나칠 수 없는 상황에 비서가 갈팡질팡했다.
“찾고 있는 중입니다, 곧 알아낼 수 있을 거고요. 상처가 깊으시니 일단 처치부터 해드리겠습니다.”
차재욱은 그런 그를 뿌리치며 쉰 소리로 읊조렸다.
“이번 일만 아니었으면 강서현이 벌써 결혼할 리가 없어.
다 내가 떠민 거야, 4년 전에도 지금도. 누군지 알아내기만 해 어디!”
책상을 탕 내리치는 바람에 파편이 또 한번 살을 파고 들었다.
아래에 놓인 서류마저 빨갛게 물들 정도다.
그의 손목을 잡아챈 김민우가 냉정하게 조언을 건넸다.
“대표님, 저희가 생각한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준 씨가 상황을 무마시키기 위해 했던 말이고 실은 결혼 계획이 없는 거라면 대표님께도 기회가 있지 않을까요.
진이나 씨의 죄를 입증하기만 한다면 파혼하고 강서현 씨와 결혼하실 수 있습니다.”
고고하기만 하던 차재욱은 처음으로 비서의 말에 일리가 있다 여긴다.
“그럼 뭐해, 얼른 처치 안 하고? 과다출혈로 죽게 만들래?”
소스라치게 놀란 비서가 손을 파르르 떨었다.
방금까지 신경 끄라더니,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그럼에도 김민우는 찍소리 못한 채 핀셋으로 그의 손바닥에 박힌 파편을 제거했다.
상처 부위를 소독하고 붕대로 감을 때까지도 차재욱은 인상 한번 쓰지 않았다.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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