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장
일순 애잔함이 가시며, 차재욱의 얼굴이 우그러졌다.
4년 전 그때가 또다시 뇌리에 짓쳐들어왔다.
진이나를 살리겠다고 매몰차게 강서현에게 이혼을 요구하지 않았던가.
절 사랑하던 와이프는 물론 자칫 딸을 잃을 뻔하기까지 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가 이를 꽉 악물었다.
“차 대기시켜.”
그로부터 20분 뒤.
산장에 들어서자마자 진이나의 어머니 윤미숙이 버선발로 뛰쳐나와 울먹였다.
“재욱아, 이나는 너 구하겠다고 벌써 두 번이나 죽을 뻔했다. 더는 무대에도 못 오르고 엄마 될 기회마저 잃었잖니. 왜 이렇게 모질게 굴어.”
읍소하는 윤미숙 앞에서도 차재욱은 동요하지 않았다.
외려 쌀쌀맞은 얼굴로 진이나에게 다가갔다.
날카로운 칼날에 닿아 벌써 손목에서 피가 방울방울 배어 나왔다.
다만 그는 전처럼 그 칼을 낚아채지도, 꼭 결혼할 거라며 약속을 건네지도 않았다.
조소하며 손가락으로 목을 가리키는 게 다였다.
“죽을 거면 여길 찔러. 대동맥 끊어지면 얼마 못 가서 별 고통 없이 죽을 거야.
어때, 그렇게 해볼래?”
충격에 겨워 진이나가 입을 떡 벌렸다.
서슬 퍼런 차재욱의 눈에서 더는 지난 날의 걱정과 두려움을 찾아내지 못했다.
손을 파들파들 떨며 칼을 떨어뜨린 여자는 뒤로 주춤 물러나기까지 했다.
“재, 재욱아, 넌 내가 죽었으면 좋겠어? 내가 너 두 번이나 구해줬잖아.”
허리를 굽혀 칼을 주워든 차재욱이 점차 거리를 좁혀왔다.
진이나의 목에 칼끝을 겨눈 그에게서 차디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직도 모르겠어? 네 은혜에 보답하는 거잖아. 사는 게 그리도 고통스러우면 죽어.
혼자 못하겠으면 내가 도와줄게.”
칼자루에 힘을 가하는 모습에 진이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진작 얼굴은 파리하게 질렸다.
차재욱이 얼마나 잔인한지 잘 알고 있어서다.
생명의 은인이라는 걸 앞세워 끝없는 양보와 타협을 받아내던 전과는 다르다.
지금의 차재욱은 정신줄을 놓은 사람마냥 눈에 뵈는 게 없어보였다.
진이나가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싫어 재욱아! 난 너랑 결혼만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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