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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장

유소정은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입술이 하얗게 질렸다. 도대체 얼마나 악한 사람이어야 자신이 저지른 악행을 피해자 앞에서 이렇게 건방지게 나열할 수 있을까? “석아...” 백은서는 얼굴을 가리고 돌아서서 여민석의 넓은 어깨에 몸을 기대며 던지며 흐느껴 울었다. “미안해. 소정 씨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좀 보태주고 싶었는데 이럴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여민석은 차갑게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검은 눈동자에 냉기가 번쩍이더니 손을 들어 유소정의 얼굴을 내리치려 했다. 그는 최근에 그녀에게 너무 관대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어떻게 몇 번이나 그의 인내심의 한계에 도전하겠는가? 화가 나서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유소정은 고개를 쳐들고 그의 시선과 마주했다. 정교하고 예쁜 작은 얼굴은 뭔가 결심을 한 듯했고 언제나 빛나던 눈동자는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순간 여민석의 손이 허공에 굳어졌다. 유소정은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슬퍼하는 것 같다? 왜? 아무도 그녀를 지지해 주지 않기 때문인가? 문득 여민석의 마음에 짜증이 스쳐 지나갔지만 들어 올린 손바닥은 도무지 그녀의 얼굴에 떨어질 수 없었다. 서욱은 이미 사람들을 돌려보냈고 번화한 산책로에는 그들 네 사람뿐만 남았다. 갑자기 유소정이 웃었다. 이 넓고 따뜻한 손바닥이 백은서의 체면을 지켜주었고, 그녀와 아이에게 주는 것은 위협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왜 자신이 아이를 잘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여태식이 아껴주기 때문인가? 유소정은 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아 뻣뻣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유소정, 건방지게 굴지 마.” 여민석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얼굴로 웃는 유소정을 보며 불만스럽게 눈살을 찌푸렸다. 백은서는 여민석의 어깨에 기댄 채 유소정을 향해 도발적으로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가 손짓 하나로 얻을 수 있는 걸 유소정은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없다는 듯 말이다! “서욱, 이 창피한 줄 모르는 년을 데려가.” 여민석은 자신을 무시하는 그녀의 모습에 가슴이 더욱 분노로 치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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