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4장

이혼 서류? 이 여자는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 여민석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감히 할아버지 앞에서 이혼 이야기를 꺼내다니, 이렇게 이혼 의사를 할아버지에게 표하는 건... 여씨 가문에서 여민석의 결혼 생활을 의심할 게 분명했다. "집에 가자." 여민석은 손에 힘을 주어 유소정의 손을 밀어 넣었다. 여민석은 힘을 세게 주었지만 유소정은 그저 손가락이 저렸다. 유소정이 반응하기도 전에 여민석이 그녀를 저택에서 끌고 나왔다.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저택을 나서자, 여민석은 곧바로 유소정의 손을 놓았다. "네가 바라던 게 이혼 아니야?" 유소정은 저린 손가락을 문지르며 여민석을 바라보았다. 여민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유소정은 처음으로 자신을 이렇게 평온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항상 겁쟁이처럼 사랑을 갈망하고 눈도 마주치지 못했지만, 시선은 항상 여민석을 따라다녔다. 그러나 지금처럼 덤덤하고 평온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에 여민석은 유소정 본연의 청아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느꼈다. 유소정은 얌전하게 서 있었지만, 그녀의 확고한 신념을 흔들 수 있는 건 없었다. 3년 전, 여민석의 아내가 되기로 마음먹었으니 지금 이혼하려는 결정도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여민석은 미간을 찌푸리며 유소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일단 가서 얘기해." "이혼 서류는 따로 사무실에 보냈으니까 재산 분할에는 이의가 없을 거야." 유소정은 뒤로 한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여민석, 앞으로 각자 잘 지내자." 여민석이 말을 하기도 전에 택시 한 대가 유소정 앞에 멈췄다. 유서정이 미리 부른 콜택시였다. 유소정은 문을 열었으나, 여민석은 손으로 차 문을 잡아당겼다. "누가 가라고 했어?" 유소정은 고개를 숙여 여민석의 팔 아래로 차에 쏙하고 들어갔다. 여민석은 그제야 유소정이 빼빼 마르고 민첩하다는 걸 발견했고, 다시 팔을 잡아당기려고 할 때쯤 유소정은 이미 우아하게 차에 앉아 있었다. "유소정, 두 번 다시 말하기 전에 내려와." 여민석은 유소정을 차에서 강제로 끌고 내릴 수는 없었다. "할아버지께서 같이..." "기사님, 출발해 주세요." 유소정은 여민석의 말을 끊었다. "아가씨, 저는 그저 택시 운전사일 뿐이니 사적인 일은..." 기사님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민석은 풍기는 분위기만 봐도 재벌가인 게 티가 났다. 위아래로 입고 있는 옷 가격만 해도 차 한 대 값인데, 기사님은 조금 스치기라도 하면 세탁비조차 물어내지 못할까 봐 무서웠다. "인생 첫 별로예요 평점 주기 싫으니까 어서 출발해 주세요." 유소정이 말했다. "예, 손님. 안전벨트 꽉 매십시오, 지금 당장 출발하겠습니다." 택시 기사가 곧바로 정색하며 말했다. 여민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유소정에게도 이렇게 영악한 모습이 있었던가? 유소정은 문을 닫았고, 여민석은 그 자리에 덩그러니 놓였다. "도련님, 도련님..." 여민석이 차로 향하던 그때, 형준 아저씨가 따라 나왔다. "어르신께서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반드시 여씨별장에 돌아가셔야 한다고 했습니다. 혹시라도 여씨별장에 가지 않으신다면 올해 주주총회는 직접 참여하시겠다고 합니다." 여민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할아버지는 여씨 가문의 주인이며, 요 몇 년간 자신의 성장을 지켜봤다. 하여 여민석이 결혼한 후에는 다 큰 손자한테 맡긴다며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았으나, 지금 다시 참석한다면 주주들 사이에서 소문이 돌게 분명했다. "도련님, 곧 주주총회도 열리니 어르신은 그저 도련님과 소정 씨가 행복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형준 아저씨가 말을 이어갔다. "알겠습니다." 여민석은 차에 타고 내비게이션을 켰다. 그러나 자주 사용하는 주소에 여씨별장이 없자, 여민석은 멈칫했다. 형준 아저씨는 허리를 숙이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여민석에게 말했다. "윤지 아주머니께서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여민석은 여씨별장의 주소를 입력하고 시동을 걸었다. "할아버지께 걱정하지 마시라고 전하세요." 30분 후, 여씨별장. 여씨별장은 여씨 가문의 초기 사업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껏 신혼집으로 써왔으며, 여민석은 자주 들를 일이 없었고 유소정과 결혼한 후에는 더욱 그랬다. 여씨별장에 들어선 여민석은 멈칫했다. 변한 건 없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낯설었다. 넓은 거실에는 아이보리 색상의 테이블보가 씌워져 있었고, 몸에 좋은 차와 작은 책꽂이에 편안해 보이는 색의 꽃이 놓여 있었다. 꽃병 아래의 귀여운 고양이 장식품을 본 여민석은 저도모르게 잔뜩 찌푸렸던 미간을 풀었다. 창문 옆에는 다육식물도 몇 개 놓여 있었다. 옆에는 같은 색상의 물 주전자가 놓여 있었고, 위에는 여전히 고양이 장식이었다. 옆에 있는 보양식 책과 의학 관련 책들은 자주 펼쳐본 티가 날 정도로 낡았으며, 여민석은 손이 가는 대로 한 권 집어보았다. 슬쩍 펼쳐보니 본문보다 저 상세한 메모와 필기가 몇 장이나 쓰여 있었다. 여민석은 또 다른 보양식 책을 집어 들었다. 연자죽을 만드는 방법만 해도 유소정은 다른 재료를 넣은 7, 8가지의 방법을 생각해 냈으며, 맛부터 효능까지 상세하게 기록되었다. 단정하고 깔끔한 서체는 청아한 분위기를 풍기는 유소정이 창문 아래에서 열심히 필기를 적는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도련님, 오셨습니까." 윤지 아주머니가 손을 닦고 주방에서 걸어 나왔다. 윤지 아주머니는 형준 아저씨와 같은 할어버지 옆의 사람이었다. 결혼 후에는 여씨별장에 와서 여민석과 유소정을 한동안 보살폈지만, 얼마 전 할아버지의 건강이 악화하여 윤지 아주머니는 6개월 전 저택으로 돌아갔다. "아직도 안 돌아왔습니까?" 여민석을 책을 놓고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예전이었다면 일찍이 별장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말이다. "도련님, 사모님께서 무슨 일이 있는 모양입니다. 탕을 끓여놓고 가셨더라고요." 윤지 아주머니는 여민석의 어두운 안색을 보고 곧바로 답했다. 윤지 아주머니는 탕을 올려왔다. 진하고 향긋하면서도 익숙한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그렇게 눈앞의 모습까지 더하니 평온하고 아늑했다. 온종일 바삐 돌아다녔던 여민석은 곧바로 숟가락을 들었다. "언제 오는지 전화 좀 해보세요." 윤지 아주머니는 멈칫했다. 여민석이 처음으로 먼저 유소정을 찾은 것이었다. 그러나 휴대폰을 꺼내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윤지 아주머니는 기쁜 얼굴로 말했다. "사모님입니다." 여민석은 받으라는 뜻으로 고개를 들었다. 윤지 아주머니는 곧바로 전화를 받고 스피커로 해놓았다. "사모님." "아주머니, 제가 탕을 좀 끓였는데요..." 전화기 속에서 유소정의 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민석은 고개를 들었다. 아마도 윤지 아주머니께 탕을 꼭 먹이라는 당부일 것이다. 전에도 항상 죽이나 탕을 끓여 LS그룹까지 가져오며 비서에게 꼭 먹이라고 당부했으니 말이다. "다 버리세요. 강아지에게 줘도 되고요." 유소정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막 탕을 한 모금 마신 여민석은 순간 기침이 나왔으나, 목을 눌러 꾹 참았다. 그러나 사레가 들린 탓인지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도..." 여민석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자, 윤지 아주머니는 걱정하기 시작했다. 여민석은 곧바로 손을 들고 기침을 참으며 입 다물라는 동작을 했다! "왜 그래요, 아주머니?" 유소정은 의아한 듯 물었다.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