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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장

“엄마, 얼른 가서 쉬어. 여긴 나랑 소정이가 있으면 되니까.” 차한빈은 강성희를 향해 눈을 찡끗했다. 강성희는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았다. 유소정과 여씨 가문의 갈등은 곽미정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민석에게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젊은 사람들이 고생 좀 해줘. 나는 먼저 가볼게.” 유소정과 차한빈은 함께 강성희를 배웅했다. 차한빈은 그제야 등을 돌려 그녀를 보며 말했다. “소정 씨, 엄마가 한 말은 마음에 두지 말아요.”’ “당연하죠.” 유소정은 웃으며 대답했다. 만약 듣기 싫은 말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다 화를 낸다면 그건 샌드백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차한빈은 유소정의 뒷모습을 보며 넋을 놓았다. 만약 유소정을 일찍 만나게 되었다면 백은서를 안 좋아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 세상에 만약은 없었다. 이튿날 아침 10시. 유소정은 차씨 가문 사람들과 함께 할머니를 수술실까지 배웅했다. 등을 돌리자 백은서와 함께 찾아온 여민석이 보였다. 검은색의 고급 정장 차림의 여민석은 엄숙하게 표정을 굳히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이따금씩 백은서의 시선을 따라가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냉담하게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여 대표가 여기는 무슨 일이십니까?” 차기영이 의아한 얼굴로 여민석과 백은서를 쳐다봤다. 두 사람이 동시에 나타나자 수술실 앞 대기구역에 있던 가족들은 저도 모르게 그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선남선녀인 여민석과 백은서를 본 순간 모두 두 눈을 빛내며 존경심 가득한 얼굴을 했다. 백은서는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선배님이 와보라고 하셔서요. 수술 도중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저도 들어가서 도와드릴 수 있으니까요. 차 선생님, 괜찮으시죠?” “그게….” 차기영이 난감한 표정을 했다. 지원을 부르는 게 안 될 건 아니었다. 다만 백은서의 의술이 신문철보다 나을까? 강성희를 부축한 채 다가간 강유선이 웃으며 말했다. “고모부, 일단은 옆에 가서 기다리죠. 이따가 간호사가 사인해야 할 일이 있다면 여기 고모가 있으니까요.” “그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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