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0장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태식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 안 가. 나 같은 늙은이가 가서 뭘 할 수 있겠어?”
말하면서, 여태식은 몸을 돌려 거실로 들어갔다. 그의 말투는 여전히 매우 복잡해보였다.
“사람들은 다 제 복을 제가 가지고 태어나는 법이야. 그냥 싸우게 냅둬. 난 그저 소정이가 가슴 아플 뿐이야. 하지만 민석이 놈이 소정이를 보호하는 거로 봐서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네.”
“그러게요. 도련님께서 사모님을 보호하는 건 처음 봅니다."
형준은 진심으로 유소정을 대신해 한껏 기뻐했다. 이건 그동안 그녀의 모든 기다림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여민석의 말투는 조금씩 차가워졌다.
“고모, 제가 고모한테 사람은 어떻게 제 구실을 해야하는지 가르쳐줘야 합니까?”
그렇지 않아도 두려움에 떨고 있던 여진화는 이런 여민석의 말에 온 신경이 곤두섰다. 그녀의 온몸은 하염없이 떨려왔다. 그러다가 어렴풋이 여민석이 막 여씨 가문으로 돌아왔던 해에 그가 자신이 직접 2년 동안 기른 토끼의 껍질을 벗기는 것을 발견한 사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건 여진화가 처음으로 여민석에게 반기를 들었던 때였다.
당시 여진화는 여민석보다 고작 두 살이 더 많았는데, 그녀는 줄곧 여민석은 여태식이 밖에서 낳은 사생아라고 생각해 여민석을 적대시하면서 일부러 그를 농락하기도 했었다.
지나간 기억들이 여진화를 괴롭혔다. 그녀는 마치 자신이 피해자가 된 것처럼 두려움에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민석아, 네 고모한테 그게 무슨 말이야?”
그때, 곽미정이 얼굴을 찌푸리며 천천히 다가왔다. 그녀는 여태식이 찾아와 유소정을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확신한 후에야 그들에게로 걸어온 것이다.
“사과하세요.”
하지만 여민석은 그런 곽미정을 외면한 채 여진화에게 호통쳤다.
비록 그는 유소정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것이 여진화가 유소정을 마음대로 괴롭힐 수 있는 이유는 아니었다. 그리고, 자기 아내가 자신을 두고 바람을 피웠다는 것을 순순이 인정할 남자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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