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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한참을 지나 박시원이 다시 눈을 떠보니 침대 옆에서는 어른들이 모여 있었는데 관심과 기쁨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와 송수아를 에워쌌다. 그들은 조심스러워하며 다가가지 못한 채 그저 박시원에게 몇 마디 당부하고 천천히 떠났다. 박시원이 깨자 옆에 앉아있던 송수아는 그의 손을 꼭 잡고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시원아, 나 임신했어. 우리에게도 아기가 생겼어!” 짧은 한마디였지만 박시원은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 같았다. ‘뭐라고? 임신했다고?’ 박시원은 손을 송수아의 아랫배에 살며시 얹으며 뱃속의 작은 생명을 느꼈다. 마음이 복잡해졌다. ‘이 아이는 때를 잘못 맞춰 왔어.’ 박시원의 얼굴에 기뻐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자 송수아는 그가 아직도 물에 빠진 일로 우울해 있는 줄 알았다. “물에 빠진 일로 기분 나빠하는 건 알지만 우리 아이를 위해서 이해해줄 수 있지?” 그녀는 아직도 박시원이 물에 빠진 일로 기분 나쁜 줄 알고 있었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녀는 종래로 자신의 행동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고 박시원이 따지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예전 같으면 박시원은 송수아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겠지만 지금은 듣고 싶지 않았다. 박시원은 차분하게 손을 거둬들였다. “나 피곤해. 넌 임신했으니 잘 쉬어.” 송수아는 생각 없이 일어서며 말했다. “난 괜찮으니 너 먼저 쉬고 있어. 나가서 민준 씨 보고 올게.” 박시원이 물에 빠졌었고 송수아가 임신하다 보니 고택에서는 그들을 보물처럼 세심하게 보살펴주며 귀한 보양식을 끊임없이 그들의 방으로 보내졌다. 하지만 박시원은 송시아가 임신했기 때문에 감성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난 며칠 송수아는 줄곧 박시원의 곁에 있었는데 결혼 후 거의 동거를 하지 않았던 박시원은 이에 매우 불편해졌다. 특히 허민준이 이혼 사건을 처리해주며 그들은 같은 집에 사는 낯선 사람이 되었다. 지금 그녀는 박시원의 옆에 앉아 손에 든 서류를 보고 있었는데 너무 가까워 숨소리마저 또렷하게 들려왔다. 기대했던 일이 이제야 이루어졌지만 박시원은 기쁘기는커녕 답답하기만 했다. 하지만 송수아가 임신했으니 박시원은 도덕적 차원에서 자신의 행동을 단속하며 그저 눈을 감고 자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 송수아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가정부에게서 듣게 된 허민준은 저도 모르게 이를 부득부득 갈며 눈에서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렸다. ‘송수아와 이혼하겠다고 약속하고서 임신을 시켜버리면 남편 자리를 내놓지 않겠다는 뜻인가?’ 이렇게 생각한 허민준은 그대로 물었다. 송수아가 회사의 일로 잠시 자리를 비우자 허민준은 이 틈을 타 박시원의 방에 들어갔다. 박시원은 못 들은 척 손에 든 책을 뒤적거렸는데 그 냉정한 태도는 허민준을 더 불쾌하게 했다. “박시원, 내가 말하고 있잖아.” 박시원은 그제야 책을 덮으며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언제 이 자리를 주지 않겠다고 했어?” 허민준의 얼굴에는 놀라운 기색이 번쩍였다. 그는 박시원이 이혼한다는 말이 장난인 줄 알았다. 송수아가 그의 아이를 가졌으니 남편 자리가 더 든든해졌을 건데 이혼하지 않는 것도 정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박시원이 이렇게 단호할 줄이야. “그럼 아이는 어떻게 해?” 허민준은 말을 하다가 갑자기 안색이 돌변했다. “너 혹시...” 박시원은 여전히 차분했다. “송수아가 항상 사람을 시켜 잘 지키고 있어 나갈 틈이 없어. 방법을 대 그 사람을 따돌려줘.” 허민준이 흔쾌히 대답했다. 떠나기 전에 그는 박시원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참아왔는데 왜 지금은 이렇게 단호해졌어?” 박시원은 잠자코 말이 없다가 허민준이 문을 나서려 할 때 말했다. “난 즐겁지 않기 때문이야.” 어쨌든 처음부터 송수아는 허민준을 좋아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그녀는 해외에 가서 허민준을 찾았고 허민준을 지켜줬을뿐더러 마음속으로 허민준을 생각하고 있었다. 박시원은 오랜 세월 동안 꾹 참아왔다. 1년을 참든, 5년을 참든, 평생을 참든 그는 참고 견디며 보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참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습관이 되면 천천히 좋아질 거로 생각했지만 저녁에 잠들지 못할 때마다 그는 괴롭고 불쾌해지는 기분을 억누를 수 없었다. 결국 행복하지 않았다. ‘송수아, 너와 결혼한 몇 년 동안 난 정말 행복하지 않아.’ 인생은 3만일이라고 했다. 앞으로 박시원은 자신을 위한 인생을 살며 더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여자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을 것이다. 어느 깊은 밤, 피곤한 송수아가 집에 돌아와 박시원의 방문을 열려고 할 때쯤 휴대전화가 울렸다. 통화버튼을 누르자 허민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아야, 미친 전처가 또 날 괴롭히러 왔어...” 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전화가 끊기자 송수아는 박시원을 돌볼 겨를도 없이 별장의 경호원을 데리고 달려갔다. 그녀가 떠난 후 박시원이 트렌치코트를 입고 방에서 빠져나온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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