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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허민준은 그녀를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소리높여 말했다. “알아, 넌 박시원을 전혀 좋아하지 않아.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나 때문에 매번 박시원을 버리고 출국했겠어? 이혼도 도와주고, 픽업도 해주고 별장에도 묵게 해줬잖아. 네가 정말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왜 나를 그렇게 신경 썼겠어?” 그는 입고 있는 양복을 잡아당겼다. “봐봐, 이 턱시도까지 내 사이즈야. 그러니 넌 날 사랑하는 거지?” ‘미련한 놈!’ 홍지민은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었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은 채 한쪽에 있는 집사에게 사인을 보냈다. 그녀의 눈빛을 받은 집사는 성큼성큼 하객들 앞으로 다가왔다. “죄송합니다. 이분은 머리가 안 좋은데 일시적인 환상으로 헛소리한 거니 이해해 주세요.” 말을 마친 집사는 어딘가를 향해 손짓했다. 손님들도 집안일이라는 것을 알고 더는 머물지 않고 궁금한 마음을 안고 자리를 떴다. 그들이 돌아가서 어떻게 말할지에 관해서는 송씨 가문도 어쩔 수 없었다. 마지막 손님이 자리를 비운 후 홍지민은 끝내 얼굴의 웃음을 거두고 뺨을 내리쳤다. “천한 것!” “엄마!” 송수아도 허민준의 잘못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어머니에게 뺨을 맞은 것을 차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수아야...” 허민준은 부은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듯 흐느낌을 참았다. “내가 잘못한 거 알아. 널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야.” 말을 채 마치지 못하고 그는 고개를 숙이고 흐느껴 울었다. 이런 모습은 더욱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녀는 결국 허민준을 품에 안았다. “됐어, 네 탓 할 생각이 아니었어.” 홍지민은 눈을 흘기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차갑게 말했다. “네가 무슨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의 결혼식을 망쳐서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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