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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집까지 해결되니 송서윤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여태껏 쌓인 스트레스도 훨씬 많이 줄어든 기분이었다. 계약서에 서명할 때 송서윤은 문득 우연한 점을 발견하게 됐다. 부동산 절차가 완료된 날이 바로 그녀가 경주시를 떠나는 날이었다. ‘잘 됐지 뭐. 지완이랑 인우한테 딱히 더 설명할 필요도 없잖아.’ 서명을 마친 후 그녀는 더할 나위 없이 홀가분해졌다. 이제 곧 모든 일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지금 남은 건 단 한 가지, 고모를 뵙는 일이다. 송서윤은 백화점에 가서 안마기기와 천연석 팔찌를 정성껏 고른 후 고모네 댁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송진경이 얼른 그녀를 품에 와락 안았다. “서윤아, 계속 해성에 남아있으면 안 돼? 이쁜 내 새끼, 막상 떠나보내려 하니까 너무 아쉽네.” 송진경은 눈물을 쓱 닦고 송서윤의 손을 잡았다. 이에 송서윤도 가슴이 찡했다. 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모를 위로했다. “저도 너무 아쉬워요. 그래도 우린 가족이니 추석이나 설 명절에 만날 수 있잖아요. 이젠 교통도 편리해져서 비행기나 KTX 타면 금방 와요.” 송진경도 물론 다 아는 도리인지라 슬픈 마음을 수습하고 그녀를 소파에 앉혔다. “이리 앉아. 네가 간다고 일부러 며칠 휴가 냈어. 요 며칠은 어디도 가지 말고 쭉 우리 집에서만 지내. 고모가 맛있는 음식 많이 해줄게. 우리 서윤이 좋아하는 거로 다 해줄 거야.” 그녀는 송서윤에게 거절할 기회도 안 주고 재빨리 부엌으로 향했다. 잠시 후 송서윤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몇 접시 들고 활짝 웃으면서 나오는 것이었다. 분주하게 돌아치는 고모의 모습을 바라보며 송서윤은 저도 몰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녀는 마지못해 고모네 집에서 며칠 묶기로 했다. 이참에 고모와 추억도 쌓을 겸 함께 있고 싶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송서윤은 더는 미룰 수가 없어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고모와 작별을 고했다. “저 이제 진짜 가봐야 해요. 사흘 뒤에 경주에서 결혼식을 올려야 하거든요.” 송진경은 차오르는 눈물을 꾹 참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미리 준비해뒀던 축의금을 그녀의 손에 쥐여줬다. “네 결혼식 날 고모가 마침 수술이 세 건이나 잡혀서 못 갈 것 같아. 어쨌거나 환자 목숨이 우선이잖니. 이건 고모 마음이야. 꼭 받아. 우리 서윤이 앞으로 쭉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해.” 송서윤은 눈시울을 붉히면서 공손하게 축의금을 받았다. “그럼요, 고모. 할아버지께서 친히 골라주신 신랑감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육지완과 김인우, 그리고 한가운데 서지아까지 세 사람이 나란히 눈앞에 나타났다. 송서윤이 눈물을 머금고 송진경과 인사하는 장면을 본 두 남자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서윤아, 고모, 다들 왜 울어요?” 송서윤은 그제야 눈물을 닦고 차분한 어조로 답했다. “아니야, 아무것도. 오랜만에 고모 뵈러 왔다가 막상 떠나려 하니 아쉬워서 그래.” 육지완과 김인우도 그녀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다 해성시에 있을 텐데 보고 싶을 때 언제든 뵈러 오면 되지.” 송진경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두 남자를 바라보면서 속으로 되뇌었다. ‘아이고, 이것들, 나중에 서윤이 떠난 걸 알면 얼마나 미쳐 날뛸 거야.’ 그녀가 참지 못하고 까발리려던 찰나, 송서윤이 재빨리 화제를 돌리면서 서지아에게 시선을 옮겼다. “여긴 어쩐 일이야?” 송서윤의 물음에 육지완과 김인우는 정신을 가다듬고 살짝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오늘 추석이잖아. 지아 혼자 외로울까 봐 함께 추석 보내려고 데려왔어.” “아 참, 오해하지 마. 너한테도 전화했는데 네가 줄곧 안 받았어.” 다들 이토록 횡설수설하는 이유는 작년 추석 때까지만 해도 앞다투어 송서윤과 함께 명절을 보내겠다고 난리 쳤기 때문이다. 한 가족이 오붓하게 보내는 풍요로운 추석 한가위, 집에 여자를 데려온다는 것은 자신들의 아내감으로 정했다는 걸 뜻한다. 송서윤은 그동안 줄곧 마지못해 두 남자에게 끌려다녔다. 먼저 육지완의 집에 갔다가 또다시 김인우의 집으로 향하는 레퍼토리였다. 다만 올해 두 남자가 집에 데려온 상대는 서지아였다. 이게 과연 무슨 뜻일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갔다. 송서윤은 딱히 까발리지 않고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 잘됐네. 그럼 다들 즐겁게 보내. 난 일단 돌아가서 짐 정리나 해야겠어.” 말을 마친 그녀는 문밖을 나서서 차를 타고 떠나가려 했다. 이에 두 남자가 허겁지겁 그녀를 불러세웠다. “서윤아!” “서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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