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송서윤은 재빨리 전화를 끊고 마음을 가다듬은 후 두 남자에게 답했다.
“내 친구가 결혼한다고. 왜? 다들 참석하게?”
육지완과 김인우는 이제 그녀에게 점점 더 쌀쌀맞게 대한다. 다음 주에 경주시로 돌아가고 더는 만날 수 없다면 아마 두 사람과 더 멀어질 것이다.
그러니 굳이 경주에 가서 결혼한다고 이실직고할 필요는 없다.
그녀의 말을 들은 두 남자는 서로 마주 보면서 수상한 낌새를 느꼈지만 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됐어, 너 혼자 가봐. 난 회사 일로 바빠서 시간 없어.”
말을 마친 육지완은 아직도 그녀가 서지아를 다치게 한 일로 화가 안 풀렸는지 냉랭한 태도로 서류를 챙겨서 서재로 들어갔다.
김인우도 짙은 표정으로 쏘아붙였다.
“지아가 오늘 너 때문에 다리가 까졌어. 얼른 가서 사과해. 안 그러면 나도 그 결혼식인지 뭔지 하는 데 참석할 마음 없으니까.”
곧이어 그는 제 방으로 성큼성큼 돌아갔다.
송서윤은 아무 말 않고 속으로 저 자신을 비웃을 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그녀는 일찍 일어나 아침을 차렸다.
이제 막 부엌에서 나왔는데 거실에 생화를 꽂은 꽃병이 열몇 개나 놓여 있었고 은은한 꽃향기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꽃가루가 바람 따라 흩날리자 그녀는 순식간에 안색이 창백해지고 숨이 점점 가빠졌다.
실은 그녀가 천식에 꽃가루 알레르기까지 앓고 있다.
송서윤은 필사적으로 숨을 헐떡였지만 호흡이 점점 가빠지고 가슴을 들썩거리다가 시야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폐에 공기가 점점 줄어들다 보니 숨쉬기가 매우 힘들었다.
“내 약...”
그녀는 기억을 더듬으며 겨우 약상자 앞으로 휘청휘청 다가가 천식약을 꺼내려 했다.
하지만 손으로 이리저리 더듬다가 서서히 기운이 빠져서 부주의로 탁자 위에 놓인 꽃병들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짤그락...
꽃병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고 생화와 물까지 바닥에 쏟아진 채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꽃병이 깨지는 청아한 소리에 육지완과 김인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
어수선해진 바닥을 본 두 사람은 힘들어하는 송서윤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버럭 화내기 시작했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그 시각 송서윤은 끝내 약을 챙기고 두 남자에게 대답할 여유가 없었다.
이에 김인우가 초조한 얼굴로 달려가더니 그녀를 밀치고 바닥에 널브러진 생화를 하나씩 주웠다.
“으윽...”
송서윤은 안 그래도 기운이 없는데 그가 힘껏 밀치는 바람에 탁자 모서리에 무릎을 부딪치고 말았다. 결국 무릎이 까지고 피부가 빨갛게 부어올랐다.
그녀는 약병을 꼭 잡고 두 손을 파르르 떨면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드디어 뚜껑을 열고 스프레이 헤드를 찾게 된 그녀는 구세주라도 만난 것처럼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입안에 약을 뿌렸다.
약이 기도로 들어가자 건조하고 아픈 기관이 그제야 조금 나아졌다.
송서윤은 필사적으로 겨우 목숨을 건졌는데 그 시각 육지완과 김인우는 여전히 바닥에 널브러진 생화와 꽃병 조각들을 치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