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장
말을 끝낸 박시언은 바로 전화를 끊었고 신다정은 다시 고개를 숙인 채 밥을 먹는 척했다.
박시언이 말했다.
“나 나갔다 올게.”
“서찬미야?”
신다정이 물었다.
“어제 다친 것 때문에 병원에 다녀오려고.”
신다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병원에 가봐야지.”
그럼? 가봐야지?
박시언은 미간을 찌푸렸다.
신다정이 이렇게 쉽게 둘만 있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한다고?
기억 속의 신다정은 박시언이 서찬미에게 간다고 하면 화를 내고 행패를 부렸었다.
“병원 간다며? 빨리 안 가고 뭐 해?”
심지어 그가 빨리 나가길 바라는 것 같았다.
더 늦으면 지태준이 잘 수도 있고 내일이면 최정애가 또 어떤 일을 꾸밀지 모르기 때문에 사실 그녀도 애가 탔다.
“천천히 먹고 있어.”
박시언은 식탁 위에 거의 비워져 가는 그릇들을 바라보며 갑자기 마음이 먹먹해졌다.
갖은 수단으로 그를 집에 있게 만들고는 저렇게 밥만 먹는다고?
박시언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가버리자 신다정은 다급히 휴대폰을 꺼내 지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다른 일 때문에 시간 지체했어요. 지금 갈게요.”
“서두를 것 없어요.”
“이따 봐요.”
같은 시각, 지태준은 통창 앞에 서서 밖을 내다보며 전화를 끊었다.
소파에서 잠을 자던 반지훈은 벌떡 일어나 물었다.
“신다정은? 왜 아직도 안 와?”
“다른 일 때문에 늦어.”
“늦어도 너무 늦은 거 아니야?”
반지훈은 기지개를 켜더니 문뜩 뭔가 깨달은 듯 물었다.
“너 설마 여기서 하루 종일 기다린 거야? 꼼짝도 안 하고?”
이 통창에서 그는 지성 그룹 입구의 상황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지태준이 입꼬리를 올리자 반지훈은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이 자식 이거 완전히 미쳤네. 상업 전쟁이 지겨워져서 이젠 애정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못 할 것도 없지.”
반지훈은 처음 지태준의 이런 표정을 보게 되었다.
첫눈에 반했다는 말은 동화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반지훈은 지태준에게 이런 상황이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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