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장
서찬미는 이 자리를 빨리 떠나고 싶었지만 유민아는 서찬미의 손을 잡으며 일부러 말했다.
“가지 마. 너의 남자친구잖아. 너의 앞에서 내연녀와 바람을 피우다니! 우리가 너 대신 화풀이해줄게. 친구가 이럴 때 있어야지, 왜 있겠어.”
“민아의 말이 맞아. 바로 가서 해명하라고 할게.”
김정아와 유민아는 눈을 마주쳤다. 두 사람은 정실부인이 내연녀를 혼내는 모습이 보고 싶은 것이 분명했다.
서찬미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이럴 땐 절대 가면 안 된다!
멀지 않은 곳에서 박시언이 천천히 다가갔다. 주위 분위기는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하지만 신다정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어, 저거 서찬미 아니야? 시언 씨, 왜 서찬미 씨와 함께 있지 않아? 보아하니 서찬미 씨 안색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은데.”
박시언의 얼굴은 어두웠다.
이럴 때, 그더러 서찬미에게 신경 쓰라는 것일까?
강금희가 박시언에게 안 좋은 안색을 내비치자 허성운이 다급히 다가가 말했다.
“아까 박 대표가 다른 여자 손을 잡고 들어와서 박씨 집안 안주인이 바뀐 줄 알았잖아. 사모님도 참, 박 대표가 여기 있는데 왜 혼자 외톨이처럼 있는 거야?”
허성운은 무심한 듯 말하면서도 어딘가 비꼬는 듯한 말투였다.
신다정은 빙긋 웃으면서도 박시언의 체면을 봐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박시언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신다정의 팔을 잡아당겨 가까이 끌어당기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신다정은 박시언의 아내로 박씨 집안은 여주인은 영원히 바뀌지 않아.”
신다정은 얼굴을 찡그렸고 주위에 있던 몇몇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
신다정에게도 이 말은 박시언의 독단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녀는 평생 박씨 집안의 안주인이 될 생각이 없다.
“찬미야! 찬미야, 왜 그래?”
갑자기 멀지 않은 곳에서 유민아의 외침이 이쪽의 주의를 끌었다.
박시언이 고개를 돌리자 서찬미가 유민아의 품에 안긴 채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박시언은 옆에 있던 신다정을 의식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서찬미를 안아 들었다.
“이 비서! 의사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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